엄마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아이의 위생이다. 조금이라도 환경이 지저분하면 행여 세균이라도 옮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 일쑤다. 하지만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이 꼭 아이 건강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시골 농장처럼 조금은 위생에 취약한 곳에서 자라는 게 아이들의 면역력 형성에 더 도움이 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새끼돼지 실험에서 면역과 청결의 직접적 관계를 밝혔다. 연구진은 같은 어미에서 태어난 새끼돼지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길렀다. 한쪽은 시골 농장에서 어미와 함께 흙밭을 뒹굴며 자랐고, 다른 한쪽은 태어나자마자 격리실로 옮겨져 청결한 환경에서 사람처럼 이유식을 먹으며 자랐다. 실험에 돼지를 사용한 이유는 새끼돼지가 인간과 면역체계나 신진대사가 유사하며 부모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후 연구진은 체내 T세포와 조절 T세포 개체수를 지속 추적했고, 그 결과 농장에서 자란 돼지에서 격리실에서 양육된 돼지보다 체내 T세포 숫자가 적었고 조절T세포가 더 많이 발견됐다.
체내 T세포 전체 숫자가 늘어나면 항원 민감도가 높아져 심한 알러지 반응이 일어나며 염증이 심해진다. 반면 조절T세포 숫자가 늘어나면 적절한 수준에서 면역반응이 유지된다. 시골 농장에서 자란 돼지들은 청결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격리실 돼지들보다 면역력이 높아졌다.
젖을 떼고 새로운 음식을 먹기 시작했을 때도 반응은 상반됐다. 격리실 돼지들은 사료 속 콩 단백질을 섭취하고 장내 거부반응이 나타났지만 농장 돼지들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효소결합면역흡수법(Capture ELISA)으로 검사한 결과 농장 돼지들은 장 점막에 CD4+와 CD4+CD25+ 등 이로운 T세포의 숫자가 많았다.
연구진은 “포유류는 생애 초기 노출된 환경에 따라 장내 미생물 정착 여부가 달라진다”며 “유아기에 농장처럼 지저분한 환경에서 자란다면 오히려 알레르기 반응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 실험 결과는 국제학술지 `소아 알레르기와 면역학(Pediatric Allergy and Immun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제공: 한국과학창의재단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