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혁신은 이런 것, 포드 익스플로러 2.0 에코부스트

길이 5m, 폭 2m, 높이 1.8m의 차체에 2톤이 넘는 몸무게를 가진 미국산 SUV와 2.0리터 가솔린 엔진.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조합이다. 설사 엔진에 터보가 달렸다고 해도 말이다. 고성능 차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가솔린 터보가 다운사이징의 상징으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요즘이다. 배기량과 실린더 개수를 줄이는 대신 가솔린 직분사 기술과 터보차저로 부족한 성능을 보충하고 효율을 높인 엔진들을 포드는 `에코부스트(EcoBoost)`로 명명했다. 경제성과 힘을 동시에 갖췄다는 의미이다.

[펀앤펀]혁신은 이런 것, 포드 익스플로러 2.0 에코부스트

엔진만 갖고 될 일은 아니다. 이번 세대 익스플로러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프레임 방식 차대 구성을 버리고 승용차와 같은 모노코크 차체를 채택한 것이다. 링컨 MKS, 포드 토러스 등의 대형세단과 기본 플랫폼이 같고, 차의 면면을 살펴보면 실제로 비슷한 부분이 발견되기도 한다. 플랫폼 변경과 함께 구동 방식까지 앞바퀴 굴림으로 바뀌었으니 이전 모델들과는 완전히 선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덩치는 더 커졌지만 승용 감각이 강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보닛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경량화 했고 공기저항계수는 0.35에 묶었다. 날렵하게 경사진 A필러는 검은색으로 처리해 앞 유리와 옆 유리가 일체감 있게 이어져 보이도록 했다. 모던한 면 처리와 근육질을 강조한 차체는 크기 차이에도 불구하고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연상시킨다. 이보크의 2.0 가솔린 엔진이 이 차의 것과 같은 제품임을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

실내 변화도 놀랍다. 뭉뚝한 버튼, 투박한 조작부의 미국차는 사라지는 추세이다. 상세 메뉴가 펼쳐지는 대시보드 중앙의 8인치 화면은 물론, 아래쪽의 에어컨, 오디오 조작부가 모두 터치 방식. 계기판도 아날로그 속도계를 중심으로 좌우에 4.2인치 LCD화면을 배치해 필요에 따라 내용을 달리 표시하도록 했다. 운전대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고, 영어 발음에 자신이 있다면 음성인식 기능을 써도 된다. 한글 내비게이션도 숨겨져 있다.

널찍한 실내는 주어진 공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한 듯하다. 이 역시, 덩치에 비해 좁기가 일수였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6 대 4로 나뉜 2열 좌석은 등받이를 뒤로 눕힐 수 있다. 앞으로 접은 뒤 통째로 세우면 3열 좌석으로의 통로가 생긴다. 3열 공간이야 넓고 편할 수는 없지만 미니밴이 아닌 7인승 SUV로서는 기대 이상이다. 게다가 3열에 사람이 타도 뒤편에 595리터의 적재공간이 남는다.

2012 익스플로러의 3.5 가솔린 모델과 달리 2.0 에코부스트는 4륜구동 옵션이 없다. 다이얼을 돌려 지형에 따른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도 빠져있다. 그래서 차라리 오프로드도 달릴 수 있는 SUV라기보다는 덩치 크고 튼튼한 느낌을 주는 안락한 크로스오버 승용차의 느낌이 더 부각된다. 안전 사양을 눈 여겨 보는 이라면 사고 시 에어백처럼 팽창하는 2열 안전벨트를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운전을 해보면 이 덩치를 움직이는데도 2.0 엔진이 부족하지 않다. 이를 강조하고 싶었는지 급가속을 할라치면 타이어가 요란하게 헛돌고, 낮은 회전수에서는 그르렁거리는 대배기량 엔진의 소리도 흉내 낸다. 6단 자동변속기가 가끔 툴툴거리긴 해도 일상적인 용도에서 힘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일은 드물 것 같다. 배기량에 따른 세금을 덜 낸다는 위안거리도 있다. 공인 연비는 9.7㎞/L. 330㎞를 주행한 시승 기간의 평균연비는 7.6㎞/L가 나왔다.

2012 포드 익스플로러 2.0 에코부스트의 가격은 4610만원. 수입 SUV는 물론, 국산차와도 경쟁해 볼만한 조건을 갖췄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