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스마트금융의 선결과제

지난해 파업 사태를 겪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옛 SC제일은행)은 작년 27곳에 이어 올해는 15개 지점을 추가 폐쇄키로 했다. 대신 `스마트뱅킹센터`를 주요 거점마다 늘려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두 달간 지속됐던 은행 파업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경영진에게 `고객 대면 창구를 줄여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역설적으로 심어줬다. 전체 직원 40%가량인 2700 여명이 파업에 동참, 전 지점 10% 이상이 문을 닫았지만 파업 기간중 예금은 1.8% 감소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점 폐쇄에 따른 고객 항의도 미미했다. 스마트폰·인터넷뱅킹에 익숙해진 고객은 주거래 지점이 폐쇄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연초부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명퇴 바람이 거세다. IT인력이라 해서 예외 없다. 시중은행의 전산·정보화 인력은 지난 2000년 4100여명에서, 2009년에는 3876명으로 6.3% 줄었다.

최근 금융권은 `스마트 금융`이라는 명분으로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스마트기기 도입이 늘고 있으니, 고객이 매장을 찾지 않을 것이며, 이에 따라 지점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스마트`는 일자리를 줄이는 개념이 아니다. 스마트 경영은 조직의 의사 결정시스템을 단순화하고, 고객과의 점점을 밀착시키는 개념이다. 인력 감축이 주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받아들여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것인가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제반 활동을 빠르고 쉽게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스마트 금융을 통해 인력 조정분이 생겼다면 그 인력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남는 여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게 스마트 경영이다.

한때 IT가 고용을 줄인다는 말이 유행했다. IT가 고용을 줄인다는 명제는 이럴때만 성립한다. 발전없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퇴보를 하려는 기업에게만 유효하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