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생태계를 복구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병기 서울대 교수(60)는 “지식창조 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정부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생태계를 복원하면서 모든 ICT 기능을 전담하는 독임기구 형태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ICT거버넌스, 새판을 짜자]이병기 교수 "ICT추락, 정부 조직의 실패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202/249726_20120224164927_841_0001.jpg)
이 교수는 2006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등을 거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초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1기 상임위원으로 방통위 성과와 한계는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이 교수는 새로운 거버넌스와 관련해 “정보·통신·방송을 모두 아우르고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기능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사업본부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정본부는 ICT와 묶여야 시너지가 납니다. 전국 수천개 우체국을 ICT 거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스마트워크 중심 역할도 가능합니다. 정보통신발전기금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합니다. 기금은 ICT 생태계를 돌리는 엔진입니다. 기금으로 새로운 기술·콘텐츠·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것이 인프라 개선과 서비스로 이어져야 합니다.”
이 교수의 신념은 지금 방통위 조직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배경에서 출발했다. “5인 합의제는 실패입니다. 합의제는 일부분에서만 필요하고 나머지는 독임제가 옳았습니다. ICT 업무를 여러 개 부처에 분산한 것도 잘못입니다. 각 부처는 서로 다른 독립조직으로 분산되면 협력이 요원합니다.”
이외에도 정보통신발전기금과 우정사업본부를 지경부로 이관하고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콘텐츠를 제조업이 강한 지경부와 네트워크 채널이 없는 문화부로 넘긴 점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조직개편 즉 거버넌스 구축의 실패라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 자체나 방통위 공무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조직이 잘못됐습니다. 정파적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5인 합의제 기구에서 적시에 IT 진흥 결정을 내리기는 무리입니다. 아무리 우사인 볼트라 하더라도 시멘트 트랙 위에서 뛰라면 세계 신기록이 나올리 만무합니다.”
나아가 그는 ICT가 추락하게 된 근본 배경으로 △ICT 기능을 해체·분산하고 IT 응용에만 치중한 점 △산업 시대 패러다임으로 지식창조산업을 다룬 점 △생태계를 파괴해 선순환 발전을 막은 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4년 동안 성과도 있었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기여는 역시 방송통신 융합의 장을 열었습니다. 지난 30년간 가장 발전한 통신과 가장 정체한 방송을 결합해 융합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진통 없이는 이루기 힘든 과업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IT 추락도 결과적으로 방통 융합을 위한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식창조 시대에 ICT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며 “차기 정부 개편에도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0~1980년대 산업화 과정을 거쳐 농업이 산업사회로 전환하고 지금은 다시 지식창조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모든 산업 구조, 법·제도, 정부조직, 공무원 인식 등이 산업사회에 맞춰져 있습니다. 지식창조 시대의 핵심 생산과 유통수단은 바로 ICT입니다.” 그는 “ICT산업에서 앞서가지 않고는 새로운 시대에 강대국이 될 수 없다”며 “지난 기간의 실패를 교훈삼아 정부 조직을 개편하고 ICT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구해 제조 패러다임을 지식창조 패러다임으로 확실히 바꿔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