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주파수 할당을 둘러싼 정부와 특정업체의 밀약설로 일본 이동통신 업계가 술렁거린다. 업계의 공정 심사 촉구에 주무 부처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발단은 각 이통사의 주파수 이용 계획을 정리한 일본 총무성의 발표 자료다. 총무성은 지난 10일 설비투자 금액 등 일부 내용만 담아 5페이지짜리 자료를 공개했다.
관심은 당연히 투자 금액에 몰렸다. 상식적으로 투자비와 서비스 품질은 비례하기 마련이다. NTT도코모와 KDDI는 각각 2000억엔(약 2조8000억원), 아이모바일은 1400억엔(약 1조9600억원)을 썼다. 소프트뱅크는 무려 8200억엔(약 11조47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 언론은 투자 금액에서 경쟁사를 압도한 소프트뱅크가 유력하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자 다른 이통사가 반발했다. 아이모바일은 “회선 임대 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은 다양하다”며 “일부 항목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총무성 발표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이통사 역시 공개 대응은 삼가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총무성과 소프트뱅크가 짜고 치는 고스톱에 들러리를 세운다”는 날선 발언까지 나왔다. 2010년 파산한 윌컴을 소프트뱅크가 인수해 총무성 체면을 세워준 사례의 보은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소프트뱅크 투자 금액이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소프트뱅크가 쓰는 2㎓ 대역은 소형 기지국 위주의 네트워크다. 900㎒ 대역은 대형 기지국이 유리하다. 투자 금액의 상당수를 다른 이통사는 이미 갖추고 있는 철탑 등의 공사비에 쓴다는 내용이다.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이유는 할당 대상이 이른바 황금 주파수라고 불리는 900㎒ 대역이기 때문이다. 900㎒ 주파수는 장애물을 잘 피해가는 특징이 있다. 스마트폰 붐으로 가뜩이나 주파수 부족을 겪고 있는 업계에서 900㎒ 주파수는 사활을 걸어야 할 자산이다.
의혹이 증폭되자 총무성은 “투자 금액 위주 자료는 정리하기 용이해서 만들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빨리 주파수를 할당해 양질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청과 투명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지적 사이에서 총무성의 고민이 깊어만 가는 형국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