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새설계 공공기관이 함께 뛴다] 김선호 한국광기술원장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고지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 정상을 차지하게 되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다양한 전략 수립이 가능해 승률을 높일 수 있다.

광통신, LED로 대표되는 광산업 시장 역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니치아, 오스람 등 세계굴지 기업을 비롯해 최근에는 중국이 개화를 앞둔 광산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한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새해새설계 공공기관이 함께 뛴다] 김선호 한국광기술원장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광산업이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위치에 올라와 있다. 고지로 말하면 8부 능선까지는 올라선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배경을 두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지자체 육성의지, 연구기관과 기업 열정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광주에 둥지를 튼 한국광기술원은 중소기업이 구입하기 힘든 고가 장비와 연구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면서 묵묵히 중소기업을 지원해 왔다.

실제 광산업의 메카 광주 첨단산단은 올해 3조 원 대 매출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왔다.

김선호 원장은 “광산업은 고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정상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기”라며 “기업지원과 기술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을 만나 한국광기술원의 올해 사업 추진전략을 들어봤다.

- 지난해 대통령표창을 비롯한 기획재정부의 국내 클러스터 성공사례로 선정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 지난해 개원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설립 초창기만 하더라도 광산업은 개념도 생소했고 관련 산업도 전무했습니다. 정부 지역전략진흥사업으로 출발한 광주광산업은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견실히 성장해 현재 대표적인 광클러스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관련 기업만 400곳에 달하고 한국광기술원 등 지원기관도 10곳 이상이 밀집돼 있습니다. 육성초기에 비해 기업 수는 7.7배, 매출액 23배, 고용인원은 4.4배가 늘어났습니다.

앞서 말한 광클러스터 성과에 얼마를 기여했는지 정량화하기는 힘들지만 직,간접 효과는 엄청납니다.

기관 입주기업인 휘라포토닉스, 우리로광통신, 피피아이 같은 회사들은 광부품 스플리터로 세계시장 8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능동부품 분야에서 오이솔루션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5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올 한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지요.

▲ 기술개발과 기업지원 두가지 축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기술개발은 융복합 트렌드에 걸맞게 축적된 기술을 활용, 관련기술을 선도하고 신시장창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R&D로는 △LED·OLED △초정밀과학·레이저 등 광정밀 분야 △3D융합, 광통신, 광센서, 광의료 등 광응용분야에 집중할 것입니다. 이들 분야 원천·핵심기술과 융복합기술을 개발하되 해외공동연구를 통한 선진기술 흡수 및 기술추월에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지원은 지난 10년간 마련된 지원기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시험생산, 시험인증 등 다양한 기업지원 툴이 수요기업대상으로 맞춤형으로 지원돼야 할 것입니다. 광기술원 혼자 힘으로는 안됩니다. 광클러스터 내에 산재한 여러 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통합지원시스템이 정착된다면 분명 기업들이 한 단계 성장하고 발전하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 광산업이 융합산업과의 연계효과가 매우 크다는 분석도 있는데.

▲ 세계적으로 융합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광산업은 특성상 타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적합한 산업입니다.

LED의 경우 휴대폰과 TV 백라이트용에서 이제는 일반조명과 융합돼 발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의료, 환경분야는 물론이고 농업분야, 자동차, 가전, 통신 등과의 융합이 활발해질 것입니다.

산업용레이저는 정밀가공분야나 진단·의료 등 의료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야간감시가능등과 관련된 적외선광학렌즈, 지능형광센서, 터치센터, 3D분야 등이 향후 폭발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융합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산업트렌드를 미리 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 인력양성, 기술개발 등을 담은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 추진상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습니다.

- 한국광기술원이 풀어야할 과제를 꼽는다면.

▲한국광기술원은 광관련 기술개발, 시험생산, 인증, 창업보육, 기술사업화, 인력양성 등 맞춤형기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구지원기관입니다. 산업을 지원할 중심 지원축이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광클러스터 미래가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광주광산업에 대한 전국적인 인지도는 높아졌습니다. LED와 광통신의 도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이들 첨단산업분야는 기술변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척되고 있습니다.

우스게 소리로 눈한번 감았다 뜨면 신제품이 출시되는 상황입니다.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기술도 1년이 채 안돼 `예전기술`이 되어버리죠.

세계시장에서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신기술개발과 최신동향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광기술원이 설립된지 10년이 지나면서 장비 노후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장비 업그레이드와 신기술 인프라 확보가 시급합니다.

업무공간도 문제입니다. 광융복합 분야 발전을 위해 기존 LED와 광통신 등 주력분야에서 광의료 등 신규분야를 수용해야 하는데 현재 공간이 절대 부족합니다.

광클러스터를 성공모델로 평가하는 것은 지난 10년간 구축한 기반이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정부, 지자체는 물론 모두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광산업은 한국 산업발전에 큰 역할을 할 재목임이 틀림없습니다.

-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센데요. 대처할 복안이 따로 있는지요.

▲광통신분야는 광주 광산업체들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대표 분야입니다. 향후 2~3년간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나 중국 등의 거센 추격으로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 정부 지원을 앞세운 중국 광통신기업들이 광분배기 대량생산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광통신 기업들이 위기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앞선 기술력 확보가 우선입니다.

광통신 융복합 분야 및 광PCB, 능동수동소자 일체화 등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LED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은 광원 및 대량 소품종 제품, 중소기업은 소량 다품종 최적생산 제품에 주력해야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불황에 빠졌던 LED 시장이 점차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앞선 기술력, 시장개척 등 불황극복 전략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입니다.

- LED산업원천기술의 고도화 방안이 있는지.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LED산업 발전전략` 수립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R&D 투자와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세계 2위 LED 소자 대국이 됐습니다. 대부분 LED TV용 백라이트유닛(BLU) 수요급증에 힘입은 요인이 컸습니다. 고출력 LED는 선진국과 기술 간극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조명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제품경쟁력의 근간인 고출력 LED칩 성능을 정상급 수준으로 올려놔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국책과제로 광소자 그랜드컨소시엄 사업을 한국광기술원 중심으로 추진중입니다. 그랜드컨소시엄 사업을 통해 국내 LED 기술역량을 총집결할 계획입니다.

- 국내 광산업을 평가한 뒤, 앞으로 어디로 가야하는지 한마디 해주신다면.

▲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 가장 많은 연료가 필요한 순간이 바로 이륙 직전입니다. 광산업이 바로 그 시점입니다. `광산업`이라는 비행기가 성층권에 무사히 도달해 세계 곳곳에 뻗어나갈 수 있는 연료가 될 생각입니다.

광산업은 그동안 지경부, 광주시를 비롯한 지역 내 관련 주체들의 노력으로 빼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광산업 여러 주체들은 광선진국와의 기술격차를 조속히 해소하고 거대한 내수시장과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치밀한 전략과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앞으로 전국의 산학연관 전문가들과 연계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현재의 기술수준을 세계정상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

△1952년생

△학력사항

- 서울대 화학과

- KAIST 화학전공 석사

- KAIST 화학전공 박사

△주요경력

- 2010년~현재 한국광기술원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방과학기술진흥협의회 위원

- 2009년~2010년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장

- 2006년~2009년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장

- 2000년~2005년 산자부 기술표준원 화학부장

기간산업기술표준부장

- 1993년~2000년 인천지방공업기술원장/인천지방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