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하이마트 매각 일정이 미궁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유진기업은 `지분 전량 매각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일단 다음달 2일로 예정됐던 인수의향서(LOI) 접수 일정을 늦췄다.
유진기업과 선종구 회장, HI컨소시엄 등 하이마트 3대주주는 27일 검찰이 본사와 계열사, 선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매각 작업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3대주주는 이날 공동입장자료를 내고 “최근 검찰 조사와 관련해 매각일정 일부를 조절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당초 계획했던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포함한 매각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초로 예정돼 있던 LOI 접수와 현장실사는 물론 상반기 내 매각작업을 완료하겠다던 당초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 등 하이마트 인수에 적극적이던 업체들도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경영 외적 측면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매각 작업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이마트의 상장 폐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은 자기자본 2.5% 이상 규모의 임직원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면 상장 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이마트 자본총계는 1조4061억원이다. 횡령액이 351억5200만원 이상이면 공시 기준에 따라 상장 폐지 심사를 받게 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해 하이마트가 6만4000원, 유진기업 4960원 등 하한가를 기록했다.
대검찰청 중수부는 선 회장 일간 역외탈세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국세청과도 협조하기로 했다. 검찰은 선 회장이 1000억원대 횡령 자금을 조세피난처를 통해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혐의를 포착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선 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죄송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해 오해를 풀겠다. 평소와 다름없이 맡은 바 역할을 다 해 달라. 이럴 때일수록 나를 믿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했으나 직원들의 동요는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