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가 10년 전 우리가 했던 일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긴장된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를 둘러보고 난 뒤 기자들에게 밝힌 소감이다. 올해 MWC는 예상했던 것처럼 `차이나 파워`가 드세다.
ZTE, 화웨이 등 중국 대표 휴대폰 제조사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바로 옆에 부스를 차렸다. 한국기업과 정면 격돌하며 달라진 위상을 나타냈다. 관람객 절대 수에선 삼성과 LG가 많았지만, 중국기업 부스에도 연신 인파가 몰려들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들은 예상을 깨고 이번 전시회에서 나란히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발표했다. MWC 개막에 앞서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이 쿼드코어폰은 LG전자, 삼성전자, HTC 등 3파전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전망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을 탑재한 스마트폰 `어센드 D 쿼드`와 `어센드 D 쿼드 XL` 2종을 깜짝 공개했다. 단순한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AP칩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퀄컴·엔비디아 등 칩 업체와도 본격 경쟁하는 셈이다.
화웨이는 자체 테스트 결과 엔비디아 쿼드코어 AP인 `테그라3`에 비해 30~50% 이상 성능이 개선됐다고 자신했다.
리차드 유 화웨이 회장은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6000만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6000만대는 올해 LG전자가 목표로 잡은 판매량보다 갑절 가량 많은 수치다.
중국 최대 휴대폰업체 ZTE도 4.5인치 쿼드코어폰 `FP112`과 4.3인치 쿼드코어폰 `ZTE에라`를 선보였다. 두 제품 모두 안드로이드4.0과 엔비디아 테그라3 쿼드코어를 탑재했다. LG전자가 발표한 쿼드코어폰 `옵티머스 4X HD`와 똑같은 스펙이다.
마창민 LG전자 상무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중국업체들이 한국과 비슷한 스마트폰을 내놓은 것”이라며 “한꺼풀 벗겨보면 유저인터페이스(UI)나 배터리 최적화 등 세부적인 면에서는 아직 두 세 단계 아래지만 빠르게 쫓아온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