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업계 수익창출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특명이다. 스마트그리드 시장 창출을 위해 시작한 제주 스마트그리드실증단지 사업이 3년을 넘어섰지만 200여개에 이르는 사업참여 기업 대부분 정부 과제로만 명맥을 이어갈 뿐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KT·SK텔레콤 등은 올해 조직을 축소하거나 사업다각화를 위한 재정비를 단행했다. 몇몇 중소기업은 시설물 선투자 방식으로 에너지 절감에 따른 수익을 공유하는 자체 사업을 검토할 정도다.
스마트그리드 산업화를 위해서는 △현실에 입각한 정부의 제도적 기반 △기술 개발 및 실증 △수요기반 확산을 통한 시장창출 등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수요자원시장은 산업용 대부하(300㎾이상)가 편중된 상황에서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수요자원을 직접 발굴·관리 체제로는 전문기업 탄생이 어려운 구조다. 더욱이 지금의 획일적 전기요금제는 소비자의 수요반응을 극대화할 수 없다. 계시별(계절·시간별)·실시간 요금제가 시범운영 수준에 머무는 이유다.
기술개발과 실증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전기자동차·신재쟁에너지 계통과 연결하는 전력망 개방화 등 핵심기술 개발사업도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제주실증사업도 3년째 진행 중이지만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상업시설이 없어 수요반응 등 실제 비즈니스 발굴에는 한계가 있다. 또 제주 실증사업과 한국형마이크로에너지그리드(K-MEG)사업 간 상호운용성 부재, 그리고 컨소시엄별 사업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스마트그리드 집중을 흐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증사업에서 사업 타당성 검증이 이뤄져야 하는데 제주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제주실증사업과 K-MEG 구분은 국민적 이해나 홍보가 안 된 상황에서 사업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어 이들 통합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스마트그리드 인프라 보급사업도 갈 길이 멀다. 정부는 2020년까지 1800만가구 대상,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2010년 1차 사업(약 50만호) 후 기술부재로 2년째 보류 중이다. 또 인홈디스플레이(IHD) 보급 및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사업도 전년 사업이 해를 넘김에 따라 2012년 사업계획 발표도 미뤄지고 있다. 제주실증사업은 기업별 자율적인 기술구현으로 AMI 등의 표준·시험 인증체계 기준 조차도 없이 각자 운영 중이다.
이에 정부는 지금의 현실을 고려해 향후 스마트그리드 얼굴이 될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내달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업계가 정부에 거는 마지막 기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계획은 △수요반응 시장 체계화 및 사업자 양성 △지능형 정보의 공유체계 구축 △차등요금 제도 도입 △핵심기술 연구개발 강화 △거점지구 구축계획 마련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AMI 및 ESS 보급 사업 등이 핵심이다.
정부는 수요반응 시장 활성화에 첨단계량인프라·ESS·에너지관리시스템 등 수요반응기기 보급과 연계해 분산수요자원을 제공, 신사업모델 창출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한전의 전기소비자 사용정보를 지능형전력망 사업자와 공유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일반용·산업용 등 용도별로 특성에 맞게 단계적으로 차등 요금 제도를 도입한다.
기본계획에는 △송전망 △배전망 △에너지관리시스템 △ESS △수요관리 통합운영 등 전력망 고도화를 위한 기술 개발 지원도 진행된다.
특히 제주실증단지 사업 등으로 통해 연내 거점지구 구축계획도 마련할 방침이다. 실증사업과 연계하는 거점지구는 스마트소비자형·스마트운송형·스마트신재생·스마트전력그리드 등을 특화시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2013년에는 충전전력 수급정보, 배전계통 상황 등을 통합한 충전인프라 관리정보 시스템 구축도 기본계획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경훈 지경부 스마트그리드 팀장은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은 향후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모습으로 기업의 시장창출에 중점을 뒀다”며 “타 부처 협의 등을 거쳐 3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안) 주요 내용
자료: 지식경제부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