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하나로 질병 진단하는 `랩온어칩`에도 3D시대 열려

칩 하나로 질병을 진단하는 랩온어칩(Lab on a Chip)에도 3D시대가 열렸다.

강관형 포스텍 교수와 이승준 박사과정, 이상현 박사팀은 세계 최초로 전도성 액체방울을 날아오르게 해 칩속에서 액체를 3차원으로 옮기는 기법을 개발했다.

포스텍이 세계 최초로 전도성 액체방울을 날아오르게 해 칩속에서 액체를 3차원으로 옮기는 기법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이상현 박사, 강관형 교수, 박사과정 이승준씨.
포스텍이 세계 최초로 전도성 액체방울을 날아오르게 해 칩속에서 액체를 3차원으로 옮기는 기법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이상현 박사, 강관형 교수, 박사과정 이승준씨.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진 이번 연구결과는 응용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Applied Physics Letters)` 온라인판 최신호에 소개됐다.

피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질병과 노화 등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랩온어칩은 500원 동전만한 칩 위에서 액체를 옮기거나 혼합시키고 분리하는 조작이 가능하다.

또 소량의 미세한 액체방울도 개별적으로 직접 실험하듯 조작할 수 있어 `칩 위의 실험실`로 불리는 차세대 헬스케어 기기다.

랩온어칩은 그러나 액체방울을 2차원적인 평면상에서만 움직일 수 있어, 액체 샘플이 교차하면서 오염돼 잘못된 결과가 나오거나 감도가 떨어지는 등의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부러지는 전극기판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고안되기도 했지만 전압이 너무 높아지거나 액체방울을 오일로 된 매질에 넣어야하는 등의 제약이 많아 응용하기가 힘들었다.

강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에는 특정 액체방울에 전압을 가했을때 액체방울 모양이 바뀌는 전기습윤(electrowetting)현상이 이용됐다. 공진현상에 착안해 바닥 평면에 놓인 액체방울이 아래에 놓인 기판에서 위 기판으로 수직으로 날아올라 옆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각각 다른 액체방울이 교차해야하는 상황에서 액체방울 하나를 위 기판으로 옮겨 서로 섞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존 전기습윤 기반의 랩온어칩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공기 중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강관형 교수는 “이번 기술은 랩온어칩 장치에 바로 적용이 가능한데다 감도를 높여 정확한 분석은 물론, 분석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습윤(Electrowetting)현상=특수하게 절연막이 코팅된 전극을 이용해 전기적으로 액체방울의 퍼짐성을 변화시켜 액체방울의 모양을 바꾸는 것을 일컫는다. `액체 렌즈(liquid lens)`와 `전자종이(electronic display)` 개발에 이 현상이 활용되고 있으며 랩온어칩은 이 현상을 액체방울 이동에 응용하고 있다.

◆공진현상=진동을 일으키는 어떤 물체의 영향을 받아 다른 물체가 진동을 일으킴으로써 진동이 증폭해 약간의 힘으로 큰 진동을 일으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