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 진주 맞잖아! 쉐보레 말리부 2.0 LTZ

숨은 진주 이제야 알아봤다!

쉐보레 말리부와는 지난해 가을 부산에서 있었던 시승회에서 잠깐 만났었다. 하지만 그 만남이 너무 짧아서 겨우 첫 인상 정도만 알 수 있었을 뿐 말리부의 본 모습을 알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늘 궁금해 하다 제대로 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5일간 함께 하는 내내 다시 만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동급 차들의 화려함 속에 묻힌 `흙속의 진주`임을 비로소 발견했기 때문이다.

[펀앤펀] 진주 맞잖아! 쉐보레 말리부 2.0 LTZ

광고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말리부가 동급 경쟁차들 중 핸들링이 예리한 건 사실이지만 그 예리한 핸들링을 뒷받침해줄 출력이 경쟁차에 비해 조금 떨어지다 보니 핸들링의 묘미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말리부는 뛰어난 주행 안정감과 중후한 승차감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매력이다.

첫 만남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서스펜션 세팅이 중형차 이상의 느낌이다. 특히 쏘나타의 가벼우면서 푹신한 느낌과는 차별화되는 중후하면서 안락한 느낌은 다분히 유럽스타일이다. 노면의 잔 진동까지 친절하게 전달하는 감이 조금 있지만 두터운 반응 감각에서 충분히 걸러줘 전체적으로는 안락함이 잘 살아났다. 안정감이 배어 있는 이 승차감은 오래 탈수록 만족감이 더 커질 것 같다.

주행안정감은 고속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최고속 영역에서도 직진 안정성은 유럽 세단 느낌이고 그 속도에서 차선 변경도 안정감이 돋보인다. 이제는 우리도 이런 안정감이 주는 주행 즐거움을 느끼면서 자동차를 타는 문화가 필요하다.

엔진의 부족한 출력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쟁사들이 최신 기술을 적용해 고성능, 고연비를 실현하고 있는 만큼 말리부 역시 빠른 시일 내에 더 효율이 뛰어난 엔진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2리터 가솔린 엔진은 이 정도가 표준이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말리부와 141마력 2리터 엔진의 결합이 아주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이번 시승에서 엔진 성능에도 초점을 맞추고 살펴 본 결과, 이 엔진은 길들이기에 따라 기대 이상으로 잘 달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승 초반 회전 상승이 빠르지 않고, 응답이 다소 굼뜬 듯한 반응이었지만, 고회전 영역을 자주 사용하면서 길들이기를 하자 불과 며칠 만에 회전 상승은 몰라보게 매끄러워졌다.

최고속도 역시 경쟁 모델에 비해 그리 낮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평소에 급가속이나 고속 주행을 전혀 하지 않고, 부드럽게 운행하는 이들이라면 이마저도 필요치 않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반응과 동급 최강의 정숙한 실내는 뛰어난 장점이다.

편의 장비에서는 블루투스가 음악 스트리밍은 안 되고 전화만 되며, 버튼 시동 장치가 시동을 끄면 전원이 모두 나가 버리는 등 최신 모델에 비해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다. 차선 이탈 경고 장치와 동급 경쟁차 대비 비교적 뛰어난 음질을 자랑하는 인피니티 오디오 등은 장점으로 부각됐다.

결과적으로 최신 편의 장비에 비교적 민감하지 않으면서 주행 안정성과 예리한 핸들링이 주는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할 줄 아는 이들, 조용한 실내와 중후한 스타일의 디자인에 호감을 가지는 이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중형 세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