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무한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과 핵분열처럼 퍼지는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지식재산권 침해가 자주 일어난다. 지식재산권 보호는 정부와 국민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론이다. 지식재산권은 당연히 지켜져야 하지만 규제 일변도는 곤란하다.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힘인 `창의성`과 `개방성`이 지식재산권 보호라는 명분 아래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1년 말 이른바 `손담비 동영상` 사건이 터졌다. 한 네티즌이 손담비의 `토요일 밤`을 따라 부르는 다섯 살 딸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동영상 삭제를 요구, 네이버가 이를 받아들였다.
딸의 동영상을 뺏긴 네티즌은 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협회가 2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식재산권의 보호가 어느 수준에서 이뤄져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간 `아이디어의 미래`는 왜곡된 지시재산권 보호가 인터넷의 가치와 자유를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지식재산권은 창의성과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식재산권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다뤄져야 한다는 관점도 제시한다. 지금까지 지식재산권을 완벽한 보호냐 통제를 완벽히 포기하느냐 하는 흑백논리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이제는 균형을 갖춘 저작권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식재산권 문제를 해결한 키워드로 `커먼스` `콘트라스트` `컨트롤`을 제시한다.
커먼스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다. 도로나 공원처럼 인터넷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미다. 공유가 가져다주는 가치와 혁신, 교훈을 설명한다. 콘트라스트는 자유와 공유재가 만들어 내었던 창의성과 혁신, 가능성과 희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바가 담긴 키워드는 컨트롤이다. 혁신을 억압하는 통제 시스템을 비판한다. 성숙한 사회에서는 통제보다 자유가 창의적인 가치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저자 로렌스 레식은 스탠퍼드대학 로스쿨 교수다. 저작권법 확대 금지와 무선주파수 스펙트럼 공유를 주장하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고 수준의 법적 지식을 근간으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지식재산권이 가야할 방향을 보여준다.
이 책은 현직 법관 중 지식재산권 분야 으뜸으로 손꼽히는 윤준수 판사가 감수해 신뢰감을 더한다. 윤 판사는 자칫 보호 일변도로 흐를 수 있는 지색재산권 문제를 현실감을 잃지 않고 바라본다고 정평이 나 있다.
디지털 시대 지식재산권 전반을 아우르는 수작이지만 한계도 있다. 초판이 발간된 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최신 사례가 아닌 해묵은 사례가 주로 언급되는 부분이 아쉬움을 남긴다.
로렌스 레식 지음. 이원기 옮김. 민음사 펴냄. 2만5000원.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