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카메라모듈 제조에 직접 나서면서 그동안 삼성전자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해온 삼성전기와 삼성광통신 두 회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메라모듈사업 확대 전략에 큰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당장은 800만 화소 카메라모듈 공급이 달려 큰 영향이 없지만, 시장 상황이 반전된다면 협력사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전기·삼성광통신 두 회사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등 주력 제품용 카메라모듈 선행 개발을 담당하며 우선 공급자 지위를 공고히 해왔다. 삼성전자 협력사 중 800만 화소 제품을 제조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는 드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카메라모듈 자체 제작에 나서면 두 회사가 독점해온 개발 및 우선 공급자로서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본지 2월 27일자 1, 3면 참조
협력사를 활용하는 것보다 삼성전자가 내부에서 직접 선행 개발을 담당하고, 수급 전략을 짜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카메라모듈 개발과 초도 물량 제조까지 진행한 후 공급처 다변화 시점에 삼성전기와 삼성광통신을 활용할 것으로 추측된다.
두 회사의 올해 성장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기와 삼성광통신은 지난해 카메라모듈 부문에서 7800억원, 4000억원 수준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두 회사는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난 매출 목표를 정했다. 삼성전자 800만 화소 카메라모듈 채택 비중 확대에 따른 공급 부족 상황까지 감안한 목표다. 그러나 삼성전자 카메라모듈 자작이란 변수가 800만 화소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판가협상을 진행할 때도 불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기·삼성광통신 두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 달성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 사업 계획에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캠시스·파트론 등 후발 협력사들은 안도하면서도 삼성전자가 당초 계획보다 카메라모듈 사업을 확대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00만 화소 제조는 삼성 계열사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500만 화소 제품까지 관여한다면 후발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캠시스는 500만 화소 제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고, 파트론도 500만 화소 진입을 노리고 있다.
홍정모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고화소 제품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가 카메라모듈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당장 후발 협력사에게 직접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