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일본… 마지막 희망은 "살아있네~"

50대 CEO로 돌파구 찾기 시도

파나소닉과 소니가 최고경영자(CEO)로 50대 임원을 전격 발탁했다. 두 회사 모두 역대 최연소 CEO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일본 전자산업이 뿌리 깊은 연공서열 전통을 깨고 탈출구로 세대교체 카드를 꺼낸 셈이다.

'벼랑끝' 일본… 마지막 희망은 "살아있네~"

'벼랑끝' 일본… 마지막 희망은 "살아있네~"

파격 인사로 일본이 노리는 효과는 한국 따라잡기다. 기술 우위를 무기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일본 전자산업은 1990년대까지 안정경영을 고집했다. 대규모 투자와 공격적 시장 개척을 단행한 한국은 21세기 들어 일본을 역전,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일본 전자산업의 쌍두마차, 50대가 이끈다=파나소닉 사장으로 선임된 쓰가 가즈히로 전무는 1956년생이다. 사의를 밝힌 오쓰보 후미오 사장이 1945년생이니 띠 동갑에 가깝다. 앞서 소니는 1960년생인 히라이 가즈오 부사장을 차기 CEO로 발표했다. 전임 하워드 스트링어 회장과는 무려 열 여덟 살 차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 자료를 보면 2008년 기준 일본기업 CEO 평균 연령은 59.4세다.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지금은 60세를 훌쩍 넘었다고 예측된다. 대기업은 50대 CEO가 거의 없다. 오히려 70대가 찾기 쉽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전자업체 CEO 나이를 비교해도 이제 일본이 더 젊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둘 다 1951년생이다. 나이가 판단 기준의 전부는 아니지만 `한국=속도경영, 일본=안정경영`이라는 등식이 깨질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두 사람은 초고속 승진의 대명사다. 승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CEO로 임명됐다. 쓰가 전무는 2004년 최연소 이사 자리에 오른 후 승승장구, 2008년 상무를 거쳐 지난해 전무에 올랐다. 히라이 부사장은 2009년 이사로 선임된 후 2년 만에 부사장까지 수직 상승했다.

◇개혁 의지는 높지만 미래는 불투명=쓰가 전무와 히라이 부사장은 위기를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재기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외형에 연연하지 않고 수익성 위주로 회사를 재편하겠다는 청사진도 마찬가지다. 개혁의 고비를 빠르게 죄겠다는 의지도 넘쳤다.

니혼게이자이는 “50대 사장의 구원등판으로 부진 탈출 기대가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젊은 CEO의 최우선 과제를 `TV사업 지혈`로 꼽았다. 가격 폭락과 엔고가 가져온 TV 판매 부진은 양사의 천문학적 적자를 초래한 장본이다.

히라이 부사장은 “올해 판매 목표 4000만대를 2000만대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쓰가 전무는 “화질이 좋아도 팔리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강력한 TV사업 재편 의지를 내비쳤다.

TV사업 재편 계획은 명확하지만 대안은 오리무중이다. 파나소닉은 환경과 에너지, 소니는 하드웨어와 콘텐츠 융합을 내세웠지만 아직은 가능성 수준이다. 젊은 패기를 갖춘 신임 CEO가 넘기에는 간단치 않은 산이다.


파나소닉과 소니의 세대교체 CEO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