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때 전력이 끊겼다 공급되는 즉시 모든 시스템이 정상 가동 됐습니다. 이 일대 대형 기업으로선 처음 시스템을 정상화했습니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일동제약 이학규 정보지원팀 이사는 PC 조차 몇 대 없던 시절 일동제약을 시스템화해 한발 빠른 기업으로 바꿔 놓은 인물이다.
엄청났던 산사태 당시 근처 기업들은 전력이 재개된 이후에도 2~3일이 지나서야 정상 업무가 가능했다. 평상시 엄격한 IT 재해복구 훈련은 물론 `휴일에는 일부러 전기 공급을 끊어보고 비상 사태를 체크한다`는 이 이사의 철칙은 어떤 경우에도 IT가 업무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ERP부터 모바일까지…제약 정보화 선봉=1982년에 제약업계에 뛰어든 그의 이력 절반은 IT와 관련있다. 경영기획 업무를 하다 15년전 정보지원팀으로 옮겼을 땐, 찾아오는 IT 영업 대표들을 모두 만나가며 생소한 기술을 익혀 나갔다. 이후 홈페이지부터 전사자원관리(ERP), 지식관리시스템(KMS), 고객관계관리(CRM), 모바일 업무 등을 기획하며 일동제약 정보화 수준을 빠르게 끌어 올려놨다.
2003년부터 추진한 ERP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이사는 “ERP에서 생성한 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의사결정 시스템 등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제약 업계에서 이른 시도였을 뿐 아니라 오라클 패키지를 적용한 사례로서 업계 최초였다”고 말했다. 정보화 불모지 제약업계에서 이 시스템은 아직도 회자된다.
변변찮은 시스템도 없던 2001년에 구축한 KMS도 회사 업무에 획을 그었다. 오프라인에 흩어져 있던 지식 자산을 처음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 시스템은 문서 공유가 가능할 뿐 아니라 메신저, 화상회의와 일정 공유 등을 통해 임직원간 서로 협업할 수 있는 지식 포털로 거듭났다. 하나의 포털에 접속하면 ERP와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KMS 등 각각 사용하던 시스템 기능을 한 화면에서 접속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2004년부터 운영해 온 ERP 시스템에 대한 재설계에 나선다.
현 ERP 시스템이 핵심 업무를 어느 정도 지원하는지 면밀히 대조 및 조사한 후, 개선할 점을 도출해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이달 컨설팅에 착수한다. 이 이사는 “구매·생산·물류·경영관리 등 업무 영역별로 측정을 해, IT가 업무를 보다 잘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했다.
2008년 구축한 CRM에 이어 최근에는 일동제약만의 `감성 마케팅 포털` 시스템도 개발했다. 블로그, SNS 등을 접목해 영업사원들이 감성 마케팅을 구사하는 데 필요한 포털을 구상하고 있으며, CRM 데이터도 연계한다. 이 이사는 “사회적 모임 등 다양한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 등 제약업계가 당면한 마케팅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감성 포털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CIO의 핵심 직무는, IT 리스크와의 전쟁=이 이사는 어떤 경우에도 허락할 수 없는 세 가지 사안 “△시스템 중단 △컴플라이언스 △재해 상황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내 임직원과 홈페이지 접속 고객들, 거래선 등이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이 중단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도 수시로 경영진에 IT 중요성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간과할 수 있는 문제도 되짚는다.
두 번째 우선 사항은 컴플라이언스 이슈 예방이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입은 반드시 정품과 정가를 기준으로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보안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계획하고 있다. 이 이사는 “검토 단계부터, 몇 년정도 쓸 것인지 고려하고 이후 이 제품을 업그레이드 할 것인지도 사전에 고려한다”면서 “쓰지 않을 요량이면 과감하게 교체하는 것도 해법”이라고 말했다.
재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 이중화 체계도 매년 강화하고 있다. 평소에도 재해 복구 훈련을 실시하고 복구를 빠르고 쉽게 하기 위한 장비 투자를 지속한다. 올해 양재동 본사 소재 데이터센터와 떨어진 곳에 지역 이중화 체계도 마련해 한층 강력한 재해복구 체계를 갖춘다. ERP·CRM 등 핵심 시스템에 대해서는 시스템 이중화가 돼있다.
세 가지 리스크에 대한 예방은 한두 해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 이사는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매해 기준을 높이고 개선을 반복하면서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경영진에 브리핑 하면서 투자를 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토리지와 서버 전체에 가상화 기술을 적용해 안정적인 IT 운영을 도모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이 이사는 “예전에는 한 시스템 마다 스토리지가 따로 있었지만, 이제는 통합 스토리지로 사용량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스토리지가 배분돼 안정성과 가용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R&D도 IT로 강화=일동제약은 지난해 연구소와 공장 등 R&D와 생산에 걸친 IT 지원을 한층 강화했다. 연구원 R&D 프로젝트 일정을 관리하는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으로 개발 속도를 높이고, 문서 관리를 위한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으로 정보 축적과 공유가 가능하도록 했다.
공장 움직임도 빨라진다. 국제 기준에 맞춰 올해 리뉴얼하고 있는 안성 공장은 일부 비자동화 업무를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개선한다. 재료 투입부터 출고까지 라인 전체를 자동화 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도 빠른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다.
정부 지원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전자태그(RFID) 프로젝트도 지난달 마쳤다. 이달부터 일부 특정 제약을 제외한 전 제품의 생산 공정에 RFID를 부착해 생산한다. 높은 원가 때문에 부담이 되지만, RFID를 차세대 핵심 산업을 꼽고 있는 정부 입장을 적극 반영했다.
이 이사는 “반도체 후발 산업으로서 RFID 산업을 글로벌 산업으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이 정부의 의도인 만큼 기업들이 많이 적용을 해야 기술도 발전할 것”이라며 “우연한 기회에라도 좋은 기술이 나와 원가 부담이 더 낮아졌으면 하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추진해 온 모바일 업무의 확산도 핵심 이슈다. 노트북부터 시작해 넷북,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로 판매영업지원(SFA) 시스템 및 CRM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이사는 “IT는 제약업체에게 공기와 같다”면서 “있을 땐 소중함을 잘 모르지만 없거나 공급이 멈출 땐 치명적인 만큼 CIO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이학규 이사 프로필
1982년에 중외제약에 입사하면서 제약 산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1998년 일동제약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기획 업무를 맡았다. 이후 정보지원팀으로 발령이 나면서 IT와 첫 연을 맺은 이후 1999년부터 지금까지 IT 책임자로서 일동제약 정보화를 이끌어 왔다. 홈페이지(2000년), KMS(2001년), ERP(2003년), BI(2005년), CRM(2008년), 포털(2011년), EDMS(2011년) 등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기획 및 총괄하면서 일동제약 정보화 수준을 업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