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의 핵심 주제 누드, 누드로 서양미술사를 꿰뚫다”

“서양미술의 핵심 주제 누드, 누드로 서양미술사를 꿰뚫다”

서양미술사에서 단연 손꼽히는 주제는 ‘누드’다. 누드가 없이 서양미술을 설명할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고전의 반열에 오른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서양미술에서 보이는 다양한 누드의 의미를 알아야 하며 그럴 때 비로소 작품세계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

흔히 나체를 누드라고 한다. 그러나 나체와 누드는 다르다. 나체가 단지 발가벗겨진(naked) 몸이라면 누드(nude)는 일정한 형식과 의미를 입은 창의적인 몸을 말한다. 어떤 소리가 음악이 되려면 거기에는 의미 있는 형식과 질서가 부여돼야 하듯이, 나체가 누드가 되려면 거기에 어떤 의미와 형식, 표현상의 질서가 부여되어야 한다. 누드의 아름다움은 곧 형식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따라서 사전적으로 누드는 ‘알몸’을 뜻하지만, 학술적으로는 알몸이 만들어낸 ‘미술 형식’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대가들은 새로운 누드를 탐색하며 명성을 얻어냈다. 누드는 우리 몸에 대한 ‘이상적 상상’을 자극하고 우리의 감정을 정화해 주는 신화적 환상의 산물이었으며, 인문학적 관념의 의인화로서 서양미술의 으뜸 주제로 발전해 왔다.

『서양미술의 꽃, 누드』는 바로 이런 누드의 의미를 탐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으로, 서양미술사에 정통한 학자로 알려진 창원대 윤익영 교수가 집필하였다. 이 책은 서양미술사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누드 작품을 핵심 주제별로 소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티치아노, 고야, 앵그르, 마네, 마티스, 베이컨, 북유럽의 크라나흐, 루벤스, 클림트 등 누드화의 역사에 분명한 전환점을 이룬 인물들의 작품 세계를 다루고 있다. 아울러 누드 역사의 전반적 이해를 돕기 위해 선사시대와 고대, 중세시대의 누드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비평가의 주관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사회·역사적 맥락과 관련 근거를 통해 누드의 의미를 객관적이고 치밀하게 밝혀내고 있어 작품세계는 물론 서양미술사 전반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예컨대 19세기 중엽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마네의 누드화 「올랭피아」를 이해하기 위하여 카페의 여급이었던 모델을 소개한다든지, 미켈란젤로의 조각상「다윗」은 피렌체 공화국의 독립과 자유를 상징하기 위해 제작되었다든지 등 당시의 상황을 친절하고 소상하게 밝혀 작품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다.

미술 전공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평이하고 부드러운 문체로 쓰여 있을 뿐 아니라 작가별·시대별 누드화의 경향을 살펴 서양미술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도판과 그에 대한 충실한 해설 등을 갖추고 있어 일반 대중 교양서로도 손색없는 책이다.

전자신문미디어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