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일본통합법인 해체와 계열사별 직접 대응체제 강화는 공세적 일본시장 진출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세트와 부품으로 구분해 별도 현지법인을 가동하기로 하는 등 삼성전자의 업무 이원화 원칙도 강화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삼성은 그동안 일본법인을 통해 일본 현지 동향보고를 받고, 부품·소재 거래처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왔다. 일본은 강력한 전자업체들이 많은 지역이다. 또 현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시장 특성으로 삼성도 공세적 시장 확대 전략을 자제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일본법인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현지법인을 만드는 것은 각 사업별로 보다 적극적 현지 시장을 개척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일본 공세적 속도전 나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1위의 TV 제조사지만 일본시장에는 아예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나 PC 등 대부분 품목이 현지 브랜드에 밀려 점유율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다. 삼성 역시 터프한 일본시장 대응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번 조직 개편은 삼성이 일본 공세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우선 일본 현지 기업들의 위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니와 파나소닉, 도시바, 샤프 등 일본 기업은 최근 위축이 뚜렷하다. 제품 감산에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삼성으로서는 `공격해볼 만한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TV사업 일본 진출을 타진 중이다. 유력 유통사업자인 야마다덴키·케이즈 등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브랜드 PC가 상반기 현지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 일본법인 체제를 가동하게 되면 보다 독립적이고 빠른 의사결정과 시장 대응이 가능해진다”며 “제품, 사업별로 현지고객 요구에 맞는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시장규모가 크고 상징성도 있다. TV 시장만 우리나라의 6~7배 규모에 달하는 등 단일 국가로는 작은 시장이 아니다. 일본은 과거 수십년간 `세계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려왔다. 우리 IT업체의 주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삼성이 공세적 영역 확대에 성공한다면 주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삼성, `부품-세트 이원화` 가속화=삼성전자는 이번 일본 조직 개편으로 세트와 부품의 별도 두 법인을 두기로 했다. 롯본기에 위치한 기존 본사에는 세트(DMC) 부문이 남고, 부품(DS)은 도쿄 시내 사무실로 이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트와 부품을 분리함으로써 정보가 공유된다는 고객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국내에서는 이미 세트와 부품 `투톱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일본 법인도 이에 맞춰 본사와 경영 일관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조직을 분리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주요 세트 업체와 경쟁구도다. 부품과 세트의 별도 법인화는 일본 내 삼성의 부품 사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도 된다.
◇계열별 현지법인 설립 가속=삼성은 일본법인의 계열사별 대응 원칙을 반영해 연말 사장단 인사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주력 계열사는 물론이고 협력사들에도 이 내용을 통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별 독립경영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 사업구조를 개편하기로 한 것”이라며 “삼성전기나 제일모직 등도 각자 현지법인 설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룹 통합법인 형태로 운영 중인 `중국삼성`의 변화도 관심사다. 중국법인 역시 그동안 일본삼성처럼 그룹 통합법인 형태로 가동돼 왔다.
삼성 관계자는 “일본 조직 개편은 일본의 경제상황, 비즈니스 환경을 감안해 이뤄진 것”이라며 “중국 법인 조직전환은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양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