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온니원(Only One)을 추구하는 사람이 가는 방법이고, 도로는 베스트원(Best One)을 추구하는 사람이 가는 방법이다. 도로는 가급적 빨리 가는 통로지만 길은 천천히 가는 여정이다. 짧은 시간에 빨리, 그리고 멀리 데려다주는 수단으로서의 도로는 속도와 효율성이 생명이다. 하지만, 길을 가는 여정에서는 효율이 문제되지 않으며, 속도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다. 소설가 김훈은 도로와 길의 차이점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여정이 축적되지 않는다. 서울과 부산사이가 증발해버린다. 서울이 있고 그 다음이 부산이다” 도로는 출발지와 목적지,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와 여정의 장면들을 속도의 논리로 증발된다. 속도 앞에 포로가 된 현대인들은 과정의 여유와 느림의 미덕을 상실한지 오래다. 자동차로 빠르게 달리는 쾌감은 느끼지만 자신을 둘러싼 도로 주변의 풍광으로부터 소외된다. 속도가 가져다주는 쾌감이 능률과 절약이라는 자본 논리를 옹호하지만, 속도의 본질은 속도를 내고 있는 도로와 인접한 모든 공간적 관계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도로는 겉으로 드러난 물리적 길을 의미하지만 길은 물리적 길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길까지 포함한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다른 사람이 이미 걸어간 길 즉, 도로에서 찾을 수 없다. 길 밖의 길을 가야 가슴이 뛰고 삶의 보람과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길은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밖에 존재하지 않고 이미 내 마음속에 있다.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좁아 처음에는 여기저기 밖을 향해 나가보는 것이다. 거기에는 내가 원하는 답이 없다.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길을 찾아 마음이 끌리는 대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과정이 바로 꿈의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리더는 바로 구성원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욕망의 물줄기를 찾아 그 물줄기가 길을 찾아 흐르도록 길을 안내해주는 사람이다. 리더는 누군가가 걸어간 길을 따라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도록 길을 가리키는 사람이다. 리더십의 핵심은 `가르침`에 있지 않고 `가리킴`에 있는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