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대형 고가 백색가전 시장을 장악했던 외국계 가전사들이 국산제품에 자리를 내주면서, 소형가전으로 한국시장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렉트로룩스, 밀레, 지멘스에 이어 다이슨, 로벤타, 카처, 블랙앤데커 등이 국내 영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청소기를 비롯한 다양한 소형가전 위주 사업으로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가전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어 일부 소형가전 외에 입지를 확대할 만한 제품이 없는 것이 현실적인 이유다.
외산 가전 업체들이 특히 청소기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수익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함께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 식기세척기, 세탁기 등 중대형 가전을 판매하고 있지만, 국산업체 제품과 경쟁 등을 고려한 수익성을 따졌을 때 청소기가 실질적인 먹을거리라는 것이 외산업계 중론이다.
중대형 가전 시장에서 활약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반 진공청소기보다 청소로봇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외산 가전 업체들은 디자인과 성능을 강조한 진공청소기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일렉트로룩스와 밀레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청소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일렉트로룩스는 지난해 국내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상승했으며, 이 중 대부분이 청소기에서 발생했다. 밀레는 고가 명품가전이 대부분이나 청소기는 인터넷에서도 잘 팔릴 정도로 대중화됐다.
타 외산 가전 브랜드들도 국내 청소기 시장 공략에 불을 붙이고 있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은 청소기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 브랜드 로벤타는 미용가전 위주에서 무선 청소기를 비롯한 다양한 생활가전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전동공구 브랜드인 블랙앤데커도 청소기 시장에 진출하고 국내에 스팀 청소기, 핸디 청소기, 진공청소기 등을 공급하고 있다. 카처도 다양한 청소기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청소기에 이어 다리미, 무선 주전자, 토스터기 등 소형 생활·주방가전으로 영역 확대도 꾀하고 있다. 소형가전 시장은 전통적으로 외산 브랜드들이 강력한 입지를 형성하고 있어 승산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외산 가전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중대형 가전을 유통하는 외산 가전들의 경우 실질적 수익은 청소기를 비롯한 소형가전 위주로 발생할 정도로 중대형 가전 사업이 고전하고 있다”며 “브랜드와 제품 인지도를 높여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올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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