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년 전만해도 직장인들의 하얀 와이셔츠는 하루 만에 목 부위와 소매가 새까맣게 때가 타곤 했다.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 관리를 뒷전으로 한 결과 대기질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올해 환경성과지수(EPI) 실·내외공기오염 항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성과를 낸 것이기도 하지만, 그 배경에는 국내 환경산업과 기술 성장이 뒷받침하고 있다. 대기 분야 뿐만 아니라 폐기물 분야도 국내에서는 더 이상 비위생 매립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수처리 분야는 해외 유수 기업들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놓고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단기간에 환경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우리 노하우는 개도국들에 매력적일뿐만 아니라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우리 환경기술과 노하우에 대한 수요를 시작으로 환경산업 수출시대가 열렸다.
![[뉴스포커스]환경산업 수출시대](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3/06/252734_20120306172726_112_0003.jpg)
◇환경산업, 수출 효자 품목으로=지구 환경문제 심화와 개도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세계 환경시장은 2017년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한 환경시장 성장률은 향후 10년간 연간 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위상 상승에 따른 신흥 개도국들의 환경협력 요청 증가로 해외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1980년대 각종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환경기술과 경험에 대한 신흥 개도국의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40개국에서 100여회 한국 `환경정책 벤치마킹 방문`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을 바탕으로 국내 환경산업체들이 수출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환경산업 분야 수출액은 지난 2004년 7071억원에서 2009년 2조5078억원으로 늘어났다. 5년 동안 연평균 28.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환경산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비전을 수립한 정부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환경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한 결과 정부예산 투자 대비 1200%에 달하는 수출·수주 성과를 창출했다. 지난 2년간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위해 174억원을 지원한 결과 2101억원 수출성과를 달성해 환경산업이 새로운 유망 수출 종목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환경산업기술원이 `녹색수출협약` 지원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30개 업체 수출 실적이 2010년 대비 35% 성장한 740억원을 기록했다. 녹색수출협약은 참여 기업이 3년간 수출 목표치를 자발적으로 설정하면 환경산업기술원이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 시장조사, 수출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 환경산업 현황과 경쟁력=국내 환경산업 매출이 44조원 규모(2009년 기준)로 성장하고 개도국을 중심으로 수출 수요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매출액 상위 25개 대기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해 편중이 심하고, 3만여 환경산업체 중 연매출 10억원 미만 소규모 업체가 전체 85%를 차지하는 등 체력도 약하다.
수출액은 2009년 기준 22억달러로 국내 환경산업 총매출 대비 5.7%에 불과하다. 세계 환경시장의 0.3% 수준이다. 세계 50대 환경전문기업 중 국내 기업은 전무하다. 미국 22개, 독일 8개, 일본 8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가야할 길은 멀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리의 강점은 분명히 있다.
국내 하수와 폐수 분야 기술수준은 비교적 우수하며, 첨단 막여과·스마트 상수도 등 물 산업 핵심기술 개발과 함께 글로벌 스타 물기업 육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폐기물처리·폐기물에너지 분야 기술수준이 우수하고 국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기술적인 문제는 없으나 사업실적이 부진하고 대부분 중소환경기업 프로젝트파이낸싱 능력부족으로 해외진출 애로를 겪고 있다.
대기 분야에서는 국내의 높은 대기오염 규제 수준을 만족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촉진됨에 따라 높은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선진국 대비,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산업 수출 활성화 산·관 총력=환경산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환경산업체들이 함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환경산업계와 함께 국내 10개 환경기업을 세계 100대 환경기업으로 육성하고 수출 15조원 달성과 환경관련 일자리 15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단기간 내 상용화·사업화 가능성이 큰 기술을 중점 발굴·지원하기 위한 `환경산업 선진화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환경보건·기후변화 대응·폐자원 에너지화 등 미래 신환경산업 분야 기술개발도 추진한다.
유망 환경산업 육성을 위한 민관합동 투자펀드(녹색뉴딜펀드 등) 조성과 정책자금 융자 지원도 확대한다. 정책금융공사 녹색인증펀드 등과 연계를 통해 녹색인증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도 유도한다.
온실가스 관리·독성위해성 평가·토양 지하수 관리·에코디자인·물시장 개척 등 9개 분야별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운영해 2013년까지 약 9000명의 전문 인력을 키운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흥 환경시장 개척을 위해 국제 환경협력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기술의 해외 현지화를 통한 수주역량을 강화한다. 유·무상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국가 간 경제협력사업과 자원외교정책에 환경 분야를 패키지로 활용하는 등 타 부처 협력을 통한 진출도 추진한다.
윤승준 환경산업기술원장은 “우수한 기술력과 사업성을 보유한 환경기업을 `우수환경산업체`로 지정해 금융과 해외진출사업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튼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글로벌 환경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