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일본은 대지진의 아픔과 피해를 입은 제조업 생산라인을 꾸준히 복구했습니다. 대지진 직후 한국이 보여준 우호 손길에 양국 관계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일본의 한국투자 등 산업협력은 이제부터 가시화하는 단계입니다.”
박원주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은 한일 양국의 현재 상황을 이렇게 판단했다. 지난해 3월 11일 진도 9의 대지진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덮쳤을 때 그는 도쿄에 있었다. 당시 일본 상무관이었던 그는 “일본인들은 `살아서 겪어본 적 없는 대재앙`이라고 표현했다”며 “석달이 지나도록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통신두절, 교통마비, 식료품 제한공급 등 거의 전쟁과 똑같은 혼란이었다”고 회상했다.
대지진 발생지역은 일본 동북부였지만 피해는 일본 전역으로 번졌다. 관광, 식료품 산업은 물론이고 동북부 제조업 벨트가 타격을 입으면서 일본에서 부품을 받던 우리 기업도 함께 피해를 입었다.
박 국장은 “공장 파손과 전력사태로 조업이 줄고 태국 홍수로 2차 피해를 입었지만 가격경쟁력을 포기할 수 없다보니 수지가 안맞는 공장이 속출했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은 생산라인 피해는 완전히 복구됐지만 동북부 지역 산업폐기물 처리문제나 원전지역 지역경제 폐해가 과제로 남은 상태다.
대지진은 한·일 간 산업협력에는 오히려 긍정적 계기였다. 한국 정부가 구호품 공급은 물론이고 재미교포 역시 일본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르게끔 안내했고, 한국 기업도 일본에서 지사를 철수하지 않고 일본 기업에 우선 부품을 공급하는 등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성의를 보인 덕이다.
박 국장은 “지금이 한·일 경제협력을 시작한 이래 민간관계가 가장 두터워진 때가 아닌가 한다”며 “일본도 제조업 복구는 끝났기 때문에 이제부터 해외투자를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일본 동북부에만 19조엔 예산이 집행되고 경기가 죽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원전없는 전력, 태양광 활성화, 고비사막 슈퍼 태양광단지 등 다양한 사업이 부상하고 있어 한국과 협력할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