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복 인터넷쇼핑몰 `롬프`를 10년째 운영 중인 조우빈 대표는 지난해 5월 국내에서 열린 `롬프 마니아 파티`에 참석한 한 청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4000㎞나 떨어진 소도시에 사는 이 청년이 자동차까지 팔아가며 파티 참석을 위해 한국으로 날아온 것. 그의 열정에 반한 조 대표는 `동업`을 제안했고 현재 그 청년은 러시아 지사장 겸 러시아어로 된 쇼핑몰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조 대표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한국 스노보드복에 매료된 것”이라며 “지난해 러시아에서만 10만달러어치가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인터넷 한류를 타고 한국 상품의 수출길이 넓어지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이 시장 개척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특히 `클릭` 한번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인터넷쇼핑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시장 성장가능성은 매우 크다.
롬프 사례에서 보듯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인터넷몰 운영 노하우 △인터넷 인프라 △한류가 든든한 우군이다. 기존 유통업체와 개인 소호몰은 물론이고 일반 기업들까지 인터넷을 통한 수출에 뛰어들고 있다.
7일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이 회사가 운영하는 CBT(Cross Border Trade) 서비스를 이용해 이베이에 입점한 개인 판매자는 지난해 말 기준 1만여명에 이른다. 4년 전보다 18배나 증가했다. 이베이에 입점하기 위해 판매 교육을 받은 사람 수는 지난해만 1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60%나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기업들도 이베이에 입점하기 시작해 LG전자와 현대H몰 등 30여개 업체가 둥지를 틀었다.
G마켓이 운영하는 `영문숍`은 콘텐츠는 한글이고 결제페이지만 영문으로 서비스하고 있음에도 지난해에만 5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최근 3년간 누적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소호몰도 적극적이다. 7일 현재 메이크샵(대표 김기록)이 제공하는 인터넷몰 자동 외국어 변환 서비스 이용 업체는 2100개가 넘는다. 일본어 쇼핑몰을 별도 구축해주는 `메이크트랜스`는 2007년 6월 오픈 이후 지난해까지 2000여 업체가 가입했다. 매년 500개 이상씩 증가 추세다.
미주지역을 타깃으로 운영하는 `DGG서비스`는 지난해 10월 오픈 후 4개월여 만에 50개가 넘는 쇼핑몰이 가입했다. 중국 대상인 메이크몰 역시 지난해 오픈 이후 1년여 만에 100개가 넘는 쇼핑몰이 활동 중이다.
인터넷을 통한 무역도 늘어나 무역협회가 운영하는 트레이드코리아닷컴을 방문하는 외국인 바이어 수는 2008년 80만명에서 지난해 520만명으로 6배 넘게 증가했다.
인터넷을 통한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한류 영향이 크다. 이베이에서는 소녀시대 스티커를 팔아 한 달에 수천만원을 버는 판매자가 나올 정도다. 국내 인터넷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률이 하락한 것도 해외진출이 증가한 요인이다. 해외에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인터넷몰을 타깃으로 한 바이어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매 취급액 가운데 전자상거래 분담률이 가장 높은 게 우리나라라는 통계에서 보듯 국내 전자상거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해외 소비자의 전자상거래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최근 인터넷쇼핑몰의 해외 진출 움직임은 국내 기업의 판로 확대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