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는 PC에서 가장 많은 배터리를 소모하는 부품 중 하나다. 스마트폰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산작업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는 디스플레이 다음으로 전력 소모량이 크다. 배터리로 작동해야 하는 노트북, 휴대폰, 전기차의 전력소모를 줄이는 것이 화두다. 하지만 전력소모를 줄이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성능이 50% 향상될 때면 전력소비는 두 배가 는다.
성능은 높이면서 전력소모를 낮추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선폭을 줄이는 방법이다. 선폭이 줄면 회로를 통해 흘러 버리는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선폭을 줄이면 더 많은 회로를 넣을 수 있어 경박단소화가 가능해지고 생산성도 높아지는 이점도 있다. 이 때문에 시스템반도체는 발전을 거듭해 현재 22나노까지 개발된 상황이다. 선폭을 줄이는 것도 한계가 있어 다양한 방법이 도입돼왔다.
32/28나노 로직에서는 메탈 게이트를, 22/20나노부터는 인텔 트라이게이트와 같은 3차원 트랜지스터를 도입해 기술 장벽을 극복했다. 유럽 최대 나노 기술 연구소인 IMEC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14나노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IMEC은 6일 14나노 로직 칩을 위한 초기 버전의 프로세스개발키트(PDK)를 내놓았다. 이 PDK는 14나노 노드를 위한 세계 최초의 키트다. 3차원 트랜지스터를 활용하는 방법과 EUV 리소그래피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두 담고 있다. IMEC은 파트너와 함께 올해 상반기 안에 테스트 칩을 개발할 계획이다.
업계는 인듐·갈륨·비소 등 새로운 원소를 게르마늄에 넣음으로써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7나노 이하에서는 탄소나노튜브(CNT)와 같은 나노선(와이어)이 등장할 전망이다. 5나노 이하부터는 그래핀과 같은 혁신적인 재료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간이다. 10나노는 2015년은 돼야 제품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선폭을 줄이는 것은 기술개발과 함께 공정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성능은 높이면서 전력소모를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 한 프로세서 내에 코어 프로세서를 늘리는 방식이다. 6년 전 인텔은 듀얼코어 CPU로 멀티코어 시대를 열었다. 이후 데스크톱용 프로세서로는 8코어 CPU(AMD)까지 발전했다. 스마트폰에는 올 해 쿼드코어 AP가 등장했으며 셋톱박스와 디지털TV에도 멀티코어 반도체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슈퍼컴퓨터용으로는 인텔이 올 해 48코어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해 인텔은 개발자포럼에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중코어를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10년 내 에너지 효율을 300배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이 외에도 대기 시에는 전류를 차단해 전력소모를 최소화하는 방법, 멀티코어도 별도로 작동하게 하는 방법 등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업계에서 시도되고 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