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컬처]석궁의 역사

석궁테러를 주제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석궁(石弓)은 사냥용으로 처음 개발됐으나 그 위력이 강해 전쟁 무기로 진화, 총의 전신인 철포가 등장하기 전인 15세기 말까지 사용됐다.

석궁은 기원전 550년경 중국에서 사냥감을 죽이는 데 사용되던 수평으로 쏘는 보우 트랩(bow trap)이 모태가 됐다. 중국에서 석궁은 진화를 거듭했다. 서기 100년경 격자 조준기와 연발로 쏠 수 있는 기관총 타입 석궁까지 발명됐다.

석궁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공학자이자 물리학자, 수학자인 알렉산드리아 출신 헤론이 기록한 `가스트라페테스(gastraphetes)`가 기원이다.

이 활은 꼬리 부분에 둥근 대가 있어 끝을 지면 등의 딱딱한 곳에 댄 뒤 구부러진 대를 배에 대고 조정하는 사람의 무게로 현을 당기는 구조다. 가스트라페테스는 `배에 대는 기구`라는 뜻이다.

석궁은 그리스와 로마를 통해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석궁은 중세시대 내내 사용됐다. 영국의 정복왕 윌리엄은 1066년 중세 석궁을 영국으로 가져와 전쟁에 사용했다.

오늘날 석궁은 미국 몇몇 주와 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에서 사냥용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총포 등장 이후 전쟁 무기가 아닌 사냥과 스포츠에 사용됐고, 가볍고 다루기 쉬운 형태로 변했다.

유럽에서 인기인 석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중 레저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다. 석궁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며, 정신력 배양에 도움이 돼 현대인의 스트레스 해소에 큰 효과가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10분 정도만 익히면 석궁을 즐길 수 있어 동호인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석궁동호회에 따르면 수도권 6000명, 전국 3만명에 이르는 석궁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적을 죽이는데 효과적인 무기였던 석궁은 이제 현대인의 무력감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고급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공: 한국과학창의재단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