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LTE 역습이 시작됐다. 스마트혁명의 원조 애플의 가세로 한 발 앞서 가던 `LTE 코리아`는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애플은 한국시각으로 8일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바 부에나센터에서 4세대(G) 롱텀에벌루션(LTE)이 지원되는 새로운 스마트패드 `뉴 아이패드`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3G 모바일기기만을 고수해온 애플이 LTE를 처음 적용하면서 향후 `아이폰5` 등에도 LTE가 잇따라 적용될 전망이다.
애플은 이날 뉴 아이패드 LTE 모델을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과 AT&T를 통해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저스, 벨, 텔러스 등 캐나다 통신사도 이미 파트너 계약을 맺어 세계 LTE 통신사업자와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뉴 아이패드 LTE 모델이 한국 시장에도 출시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애플이 당장 출시하는 북미향 LTE 모델의 주파수가 한국 통신사가 서비스 중인 LTE 주파수와 달라 애플이 한국향 제품을 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LTE 시장이 활기를 띠는 곳이 북미, 한국, 일본 등인 것으로 감안하면 한국 출시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뉴 아이패드` LTE모델이 한국에 상륙하면 그동안 애플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LG유플러스도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KT가 지난 2009년 아이폰3GS를 출시하며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위협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LTE 시장에 애플발 지각변동이 재현될 수 있다.
고중걸 로아그룹 연구원은 “아이패드 LTE 모델에 맞춰 다소 비싼 LTE 요금제가 하향 조정된다면 LTE 스마트패드도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이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국내 LTE 스마트패드 시장을 파고들면 가뜩이나 스마트패드 사업에서 고전 중인 국내 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올 3분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5`에도 LTE 적용이 유력하다. 한국이 초반 주도권을 잡은 LTE폰 시장에도 복병이 나타나는 셈이다. 애플은 이미 한국이 먼저 주도한 MP3플레이어와 스마트폰 시장을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빼앗아간 바 있다.
강경수 SA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지난해 4분기 애플 없는 LTE폰 세계 시장을 68%나 독식했지만 강력한 라이벌 등장으로 높은 점유율을 지키는 게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신병기인 `갤럭시S3`와 `옵티머스 LTE 2`로 `아이폰5`에 맞설 방침이다.
애플이 이날 발표한 `뉴 아이패드`는 당초 예상한 `아이패드3`로 명명되지 않으면서 `아이폰4S`처럼 하드웨어 혁신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9.7인치 크기와 디자인은 아이패드2와 똑같으면서도 무게는 오히려 2.2g 늘어나고, 두께는 0.6㎜ 두꺼워졌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2048×1536 풀HD급으로 높여 스마트패드에도 화질 경쟁을 촉발했다. 그래픽 칩(GPU)을 쿼드코어로 높여 고사양 콘솔 게임도 가능하다. PC뿐만 아니라 게임기 시장에도 아이패드 잠식이 예고됐다.
애플은 `뉴 아이패드` 가격도 와이파이 16GB 모델을 기존의 아이패드2와 똑같은 499달러로 책정했다. 아이패드2는 100달러씩 인하했다. `뉴 아이패드`는 16일부터 미국과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홍콩, 일본, 푸에르토리코, 싱가포르 등 12개국에서 먼저 판매될 예정이다. 또 23일부터 추가로 25개국에서 출시되지만 한국은 1·2차 출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이폰4S 전례에 비춰볼 때 2차 출시 이후 곧바로 한국에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 통신사와 LTE 모델 출시를 조율하면서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