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스마트 디바이스 금융거래, 오픈 웹 플랫폼으로 묶는다

금융거래 서비스 채널이 늘고 있다. 창구 거래를 PC 기반 인터넷뱅킹이 대체한 지 오래되지 않아 스마트폰뱅킹이 새로운 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스마트패드 기반 금융거래 서비스도 나왔다. 스마트TV, 스마트냉장고, 스마트에어컨 등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 금융거래가 이뤄지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금융회사는 스마트 금융거래 채널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다양한 디바이스가 모두 제각각인 운용체계(OS)와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 시대를 맞아 금융회사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CIO BIZ+]스마트 디바이스 금융거래, 오픈 웹 플랫폼으로 묶는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인터넷뱅킹시스템을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만 맞춰 개발했다. 다른 OS와 브라우저에서는 시스템 구현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디바이스가 금융거래 채널로 적용될 때마다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동일한 디바이스라 하더라도 OS나 웹 브라우저가 다르면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시스템 개발 비용은 물론이고 관리 비용도 많이 든다. 이러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오픈 뱅킹·웹이다.

◇아이폰 등장으로 오픈 뱅킹 도입=오픈 뱅킹을 고민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당시 신한은행이 애플과 제휴해 국내 최초로 맥OS에서 구현되는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듬해 우정사업본부 우체국금융도 리눅스OS 기반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이후 다른 은행도 윈도OS가 아닌 다른 OS에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구현했다. 그러나 대부분 시범사업에만 그쳤다. 보안상 이슈로 서비스를 확대하지 못했다.

2010년 아이폰 열풍이 불면서 금융거래 채널로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또다시 윈도OS가 아닌 다른 OS에서 금융거래 서비스를 구현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아이폰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iOS 기반 뱅킹시스템을 개발했다. 이후 삼성전자 갤럭시 등 국산 스마트폰이 OS로 구글 안드로이드OS를 채택하면서 금융회사는 안드로이드OS용 뱅킹시스템도 개발했다. 뱅킹시스템은 초기 애플리케이션(앱) 기반으로 이뤄지다 최근에는 앱과 웹을 병행한 형태로 사용된다. 이는 앱을 이용해 웹에 들어가는 구조다.

디바이스나 OS마다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오픈 뱅킹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신한·기업·하나은행 등 대형 은행이 앞다퉈 오픈 뱅킹을 도입했다.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대상으로 윈도·맥·리눅스 등 다수 OS와 IE·사파리·크롬·오페라 등 브라우저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이 도입한 오픈 뱅킹에는 한계가 있다. 오픈 뱅킹 적용이 조회 및 이체 등 일부 서비스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과정도 복잡하다. 오픈 뱅킹 사용을 위해 여전히 별도 보안장치를 갖춰야만 한다. 심지어 한 은행 오픈 뱅킹 서비스는 맥OS로 이용하면 키보드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아 마우스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채널전략으로 오픈 뱅킹에서 오픈 웹 진화=국민은행이 전 금융서비스에 오픈 웹을 적용했다. 금융거래 대상으로 구현하던 오픈 뱅킹에서 모든 웹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오픈 웹으로 진화한 것이다. 향후 늘어날 스마트 디바이스에서도 금융거래는 물론이고 금융 웹 사이트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오픈 뱅킹 전략이 오픈 웹으로 확대되면서 미래 스마트 채널 전략으로 연결된 셈이다. 올해 산업·하나·우리·부산·수협은행 등이 오픈 웹을 도입한다. 제2 금융권에서는 삼성·교보·대한생명 등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금융회사가 도입하는 오픈 웹은 PC 기반 다양한 OS와 웹 브라우저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만이 아니다.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스마트패드·스마트TV 향후 스마트냉장고·스마트에어컨, 심지어 스마트청소기까지 모든 디바이스에서 웹 사이트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오픈 웹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오픈 웹 플랫폼은 모든 OS와 브라우저를 지원해 향후 새로 생기는 디바이스와 연동만 하면 된다. 어떤 디바이스가 나오더라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오픈 웹 구현은 금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도 연계한다. 국민은행 스마트폰 기반 드림톡 서비스는 SNS와 연계된 금융상품이다. 금융거래자가 적금 내용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로 공개하고 지인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김강석 국민은행 신금융사업부 차장은 “오픈 웹은 단순히 웹 사이트를 여러 OS에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채널 전략을 지원해주는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오픈 뱅킹·웹 한계 많아=오픈 뱅킹·웹 구현에는 한계가 있다. 반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걸림돌은 보안이다. 오픈 뱅킹이라 하더라도 공인인증서, 개인방화벽, 가상키보드 등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 중 일부 보안 프로그램은 특정 OS에서는 설치가 불가능한 사례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은행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방식을 개발했지만 금융감독원 인증평가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하나로 묶는 통합 오픈 웹 플랫폼을 구축하려 해도 공인인증서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영역별 금융거래에 적용되는 공인인증서가 각기 다르고 범용 공인인증서 이용자 비율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스마트폰뱅킹 보안정책도 오픈 뱅킹을 반쪽으로 만들었다.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규칙에는 웹 기반 스마트폰 금융거래를 제공할 때 이용자 단말기에 개인방화벽 등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보안 프로그램이 시중에 없다는 것이다. 웹 기반 스마트폰뱅킹서비스를 개발한 은행도 앱에서 웹을 구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TV에서 금융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하더라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금융회사의 오픈 뱅킹·웹 도입 배경 및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