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2>버림이 얻음이다

버리고 떠나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 강물도 자신을 버려야 바다로 갈 수 있다. 나무도 모든 것을 버리고 한겨울을 버텨야 새순을 얻을 수 있다. 새도 뼛속까지 비워야 높이 날 수 있다. 강물이 자신을 버리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있다면, 나무가 한 여름의 무성한 잎을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새가 뼛속을 비우지 않고 가득 채우고 있다면 더 이상의 진보나 발전은 없을 것이다.

사람도 어제를 버려야 오늘을 맞이할 수 있고, 오늘을 버려야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버리고 떠나야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배가 안전한 항구에 정박하기를 계속 원한다면 거친 파도를 항해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이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다른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만날 수 없다. 노련한 뱃사공은 거친 파도와 함께 단련되듯이 위대한 사람도 견디기 어려운 고난과 넘기 어려운 역경의 바다에서 탄생한다.

새로운 깨달음은 비우거나 제거할 때 그 자리에 새로운 지혜가 들어올 때 일어난다. 버려야 채울 수 있고 비워야 색다른 생각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버림`이 곧 `얻음`이다! 새로운 기회는 과거의 영광과 그 추억을 버리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토끼가 제 발로 걸어와서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는다. 농사짓던 농부가 농사일을 그만두고 토끼가 와서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을 때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토끼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수주대토라는 말은 과거의 성공체험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농부의 어리석음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어리석은 사람(遇者)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사람(賢者)은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은 경쟁사가 아니라 성공이 우리를 안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다. 배움의 과정은 무엇인가를 습득하고 부족한 지식과 스킬을 채우는 과정이다. 새로운 관점과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방해하는 기존 지식을 버려야 한다. 기존 지식, 고정관념이나 통념, 타성이나 낡은 습관 등을 버려야 새로운 지식과 생각이 움틀 수 있는 여유와 공간이 생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