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유통시장에서 `반값 제품`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왠만한 대형 유통사들은 모두 기존 대기업 제품의 50~60% 가격에 PB TV를 판매하고 있다. 노트북과 PC, 스마트패드까지 반값 제품 대열에 합류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으로까지 반값 제품이 확산될 조짐이다. 반값 열풍은 `찻잔속 태풍` 수준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반값 상품은 고착됐던 가전유통 산업에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한다. 우선 중소기업들이 기회를 얻었다. 대기업 제품 중심 시장구도에서 밀려났던 중소업체가 대형 유통사 브랜드를 등에 업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형 유통사마다 반값 가구, 반값 의류 등 보급형 제품 기획 아이템을 들고 찾아오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삼성·LG 등 대기업도 다양한 시장이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가전제품들은 여러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가격을 높여왔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가 원한다기 보다는 제조사가 리드해온 측면이 있다. 반값 열풍은 여러 소비자 요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삼성과 LG가 프리미엄 전략 일색에서 벗어나 보급형 TV 출시 계획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 것도 긍정적이다. 대기업이 판매하는 몇몇 제품 이외에 여러 상품이 있다는 것은 구매자에게는 분명한 이득이다. 필요에 맞춰 다양한 제품군을 비교해 볼 기회를 갖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 `반값 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 `시장 질서를 위협한다`는 혹평도 나온다. 몇몇 업체가 B급 패널로 TV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B급 패널을 유통한 대기업 역시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 B급 패널로 만들었더라도 충분히 가격이 저렴하다면 매력은 있는 것이다. 물론 제품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제공돼야 할 것이다.
소비자는 `가격대비 품질`을 따진다. 제품 질도 중요하지만 가격 역시 큰 변수다. 소비자는 가격과 품질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반값 가전이 시장에 다양성을 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역할은 일단 긍정적이다.
가전유통팀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