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사는 풀을 `해조류`라고 통칭한다. 한글로 바꾸면 `바닷말`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김과 미역, 다시마, 파래 등이 모두 바닷말의 일종이다. `완도 김`이나 `기장 미역`이 특산품 대접을 받는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닷말 강국이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일본 전범 재판에서 “미군 포로에게 검은 종이를 먹이는 가혹 행위를 저질렀다”라는 증언이 나왔다. 증거물로 나온 검은 종이의 정체는 바로 김이었다. 일본군이 반찬으로 준 김이 웃지못할 오해를 낳은 셈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바닷말은 세계 각국에서 재조명을 받는다. 바닷말의 풍부한 영양소와 높은 의학 성분 덕분이다. 김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미역은 피를 맑게 하고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 다시마는 당뇨와 갑상선질환에 좋다.
바닷말에는 먹거리 이외의 쓰임새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재생 에너지 원료다. 한국해양연구원은 구멍갈파래를 원료로 바이오에탄올 추출에 성공했다. 구멍갈파래는 먹지도 못하고 연근해 생태계까지 파괴하는 장본인이다.
반가운 바닷말 활용 사례가 일본에서 또 나왔다. 바로 방사능 오염 물질 제거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게이오대학, 쓰쿠바대학이 바닷말로 방사능 물질을 흡수하는 기술을 함께 개발했다. 마침 후쿠시마 원전의 참혹한 사고가 1년을 지나는 시점에서 나온 희소식이다.
공동 연구팀은 200종류가 넘는 바닷말 중 방사능 물질을 가장 잘 흡수하는 갈조류를 찾아냈다. 이를 리터 당 방사능 수치 100베크렐 농도의 물에 넣고 태양광으로 배양한 결과 90% 수준의 정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방사능을 흡수한 바닷말을 말리면 부피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처리도 간편하다. 효과는 물론 처리 측면에서도 기존 제오라이트 흡수 방법보다 바닷말을 쓰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게 이화학연구소의 설명이다.
일본 전역에서 대지진 복구 노력이 활발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참혹함은 여전하다. 특히 농지와 하천 및 저수지 오염은 원전 주변을 죽음의 땅으로 몰아간다. 내달부터 후쿠시마 지역 논에서 펼쳐질 실증 실험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국제부·장동준차장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