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체감없는 휴대폰 유통 선진화

“페어프라이스가 정말 좋은 제도구나~역시 휴대폰 살 땐 olleh(올레)로!”

KT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지난 12일 올라온 한 웹툰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휴대폰 구매의 정석 공짜폰 있다! 없다?`라는 제목의 이 만화는 세상에 공짜폰이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을 자못 진지하게 설명한다. KT가 실시하는 페어프라이스제 덕분에 KT 구매자는 덤터기 쓸 일이 없다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

혼탁한 휴대폰 유통구조를 선진화시키기 위해 각 이동통신사업자가 내놓은 대책이 이제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된다. KT 뿐만이 아니다. SK텔레콤 역시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단말기 가격을 고객에게 정확하게 안내하겠다”, “휴대폰 가격 상한제도를 도입해 덤터기 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등의 내용을 홍보한다.

그런데 소비자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최근 용산전자상가 휴대폰 매장은 예전에 비해 달라진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또 이통사가 하라고 하니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휴대폰 가격 표시를 하고 있지만 실제 구입 문의 시엔 예전과 같은 판매 방식이 여전했다. 일례로 옵티머스 LTE와 베가 LTE는 `공짜폰`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소비자가 물으면 “이통사가 이렇게 각종 할인 행사 해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기자 신분을 밝히고 묻자 “단말기·요금제에 따라 이통사 리베이트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로선 특정 모델 구매를 권유하기 위해 `공짜 마케팅`을 안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실토했다.

이통사들은 입을 모아 “판매점은 자영업자들이라 특별히 규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대리점과 판매점을 구분하지 않는다. 판매점이 내미는 할부계약서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상표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유통 선진화를 마케팅에 활용하기에는 아직 소비자 체감 온도가 너무 낮다. 섣부른 것일까. 그보다는 모든 판매망을 아우를 수 있는 대책이 더 절실한 것 같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