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현의 미래키워드] 평론가의 역할

평론가 리뷰에 의존하던 때가 있었다.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평론가 리뷰를 통해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를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리뷰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존중했다. 그들이 평가한 것을 써보고 만족하지 못할 때에도 평론가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탓했다. 독자들이 평론가에 의존할수록 그의 영향력과 위상은 높아졌다. 그의 말 한마디에 독자들이 움직였고, 그들의 높은 위상으로 영화와 음반 관계자들은 평론가를 앞 다투어 모셨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일이다. 인터넷 보급으로 평론가에 의존했던 정보나 리뷰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 평론가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었다. 더구나 그들의 평론은 너무 어렵다. 어려운 평론을 일부러 찾아 읽을 독자는 이제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잃어버린 위상을 찾기 위해 평론가는 더욱 어렵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평론을 대신한 건 친구다. 친구의 재밌다, 맛있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친구의 추천은 평론가의 추천과 달리 의심할 필요도 없다. 몇몇 아는 사람들 얘기를 취합하면 기본적인 정보와 좋고 나쁜지는 판단할 수 있다.

전문 평론가 자리는 블로거와 마니아가 차지했다. 이들 중에는 전문 평론가 못지않은 열정과 식견을 갖춘 사람도 있다. 이들이 한때 평론가가 누렸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하다. 힘이 생긴 몇몇 블로거는 과거 일부 전문 평론가가 그랬듯이 권력을 남용하기 시작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이 전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한 정보 제공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심층적이고 의미 있는 해석 역량은 다소 부족하다.

전문적이지만 투명한 평론은 더욱 더 필요하다. 정보가 부족했던 과거에 단순한 정보 제공이 평론가의 주요 역할이였다면, 최근에는 많은 정보에서 필요하고 좋은 정보만 골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분석 능력도 필요하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 왜 좋고 나쁜지에 대한 의미 해석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 편에서 어렵지 않게 정확하게 전달해 주는 능력도 필요하다. 평론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생산자에게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달하고, 소비자에게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전문 평론가가 완전히 사라질거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 블로거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보다 전문적이고 투명한 평론가가 필요한 이유다.

ETRC 조광현센터장 h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