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 서유럽, 일본을 제외한 세계 모든 국가에서 IBM x86서버사업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라 부담도 크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한석제 IBM 부사장은 올해 초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본사 GMU(성장시장부문) 시스템x 총괄역을 맡았다. 담당 지역은 두 자릿수 가까운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역동적 시장이다. 주 근무지도 중국 상하이다. 비즈니스 기회도 많지만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간 한 부사장은 1987년 IBM에 입사한 후 25년간 줄곧 하드웨어만 담당했다. x86과 유닉스 중소형부터 대형 시스템까지 엔지니어, 세일즈, 마케팅을 두루 경험했다. 2005년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IBM 유닉스서버 점유율을 1위로 올려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제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HP뿐만 아니라 델에도 뒤처진 x86서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해외와 한국 x86서버 시장에서 3위인 IBM은 2위 델과 10% 이상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하지만 한 부사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x86서버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경쟁사와 달리 IBM은 그 동안 x86서버보다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에 더 역량을 집중해왔다”며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이제 IBM도 x86사업에 좀 더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한 부사장은 저가전략으로 맞설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서비스를 제대로 융합시키는 회사가 최후에 웃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채널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웹스피어와 티볼리 등 검증된 SW로 x86사업 성장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한 부사장이 두 번째할 일은 x86서버 사용층을 중견중소기업(SMB)에서 엔터프라이즈로 확대하는 것이다. 금융권과 대기업에선 여전히 x86서버를 못미더워한다. 성능에 대한 우려는 많이 줄었지만 안정성 이슈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x86서버는 전체 시장에서 60% 이상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 부사장은 이를 두고 고객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46%로 급속히 점유율이 늘어 2~3년 후면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HSBC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이미 x86서버 기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거래소(KRX)를 비롯해 핵심 업무에 x86서버를 도입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부사장은 이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일에 자신감을 보였다. 차세대 기업 시스템의 핵심이 될 x86 분야에서 또 다른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