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에 자동변속기를 달아? 911이 4륜구동? 911 엔진을 수냉식으로 바꿔? 911 헤드램프가 어떻게 원형이 아냐?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 포르쉐 911이 그 동안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골수 911 팬들은 이러한 변화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큼 911을 사랑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시도들로 인해 911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고, 7세대로까지 진화하게 된 것이다.
7세대 911은 이전 모델의 무려 90%를 새롭게 개발했다고 한다. 새로운 소재와 기술이 접목되다 보니 많은 부분을 새로 설계하고 제작한 것이다. 그렇게 바뀐 90%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10㎝나 늘어난 휠베이스다.
911의 예리한 핸들링은 짧은 휠베이스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짧았던 911의 휠베이스 2350㎜가 이제 2450㎜로 늘어났다. 그래도 여전히 소형 2인승 로드스터 수준에 가깝다. 하지만 911에 있어서 그 변화는 무척이나 컸다.
우선 시각적으로 새 911은 무척 낮고 안정적인 자세를 선보였다. 길이가 56㎜ 늘어났는데 높이는 6㎜ 낮아진데다 휠베이스가 100㎜ 늘어나면서 앞뒤 오버행이 짧아진 결과다. 첫 눈에도 늘씬해 보인다. 늘어난 휠베이스는 주행에서도 확실히 높아진 안정감과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거기다 지난 세대부터 적용된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PASM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이제 911은 서스펜션 모드 `노멀`에서는 아주 편안한(?) 스포츠카가 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없이 많은 변화들이 모여 새 911의 연비가 15%나 향상된 것도 무척 이채롭다. 그 숨은 공신들 중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들은 주행 중 차가 멈춰서면 자동으로 시동을 꺼 주고, 출발할 때 다시 자동으로 시동을 걸어주는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과 탄력주행으로 연비를 절감하는 `코스팅(coasting)` 기능이다.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 시선 아래 쪽에서 계기판의 바늘이 갑자기 휙 돌아가는 그림자가 느껴져 자세히 보니,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놓을 때 순간적으로 엔진 회전수를 공회전 수준으로 내린 채로 탄력 주행을 하는 것이었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에 하이브리카에서나 보던 기능이 더해진 것이다. 포르쉐 911을 이야기하면서 성능보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새 911은 효율성이 뛰어난 스포츠카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승한 모델은 911 카레라 S로 엔진은 이전 모델과 동일한 3.8리터 수평대향 6기통 직분사 엔진이지만 최고출력은 15마력 높아진 400마력을 발휘한다. 최대 회전수는 7800rpm까지 높아졌다. 변속기는 세계 최초로 수동 7단 변속기가 기본으로 장착되고 시승차에는 듀얼 클러치 타입인 7단 PDK를 얹었다.
출력이 높아진데다 무게는 약 40㎏ 정도 더 가벼워진 만큼 새 911은 훨씬 더 빨라졌다. 론치 콘트롤을 사용할 경우 0~100㎞/h 가속에 4.1초가 걸린다. 자연흡기 911로 3초대 가속력을 코앞에 둔 것이다. 최고속도는 302㎞/h로 높아졌다. 코너링 실력도 더 강화됐다. 코너링 중 롤을 적절히 억제해 주는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을 업그레이드했고, 911 터보에 적용되었던 포르쉐 토크 벡터링(PTV)과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도 적용하였다.
포르쉐의 전설적인 슈퍼카 카레라 GT와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를 닮은 모습으로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된 실내는 고급스러움 속에 역동성이 잘 살아있다. 옵션으로 장착된 버메스터(Burmester) 오디오 시스템은 지금까지 타본 모든 자동차들 중 가장 강력한 파워의 오디오 사운드를 제공한다.
새 911은 오늘날의 스포츠카 구매자들이 원하는 안락함과 고성능에다 시대가 요구하는 친환경까지 고려한 스포츠카의 본보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