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 르노의 전기차 시대

지난 2009년, 프랑스의 르노 자동차는 2011년부터 4종의 전기자동차들을 차례로 시장에 내놓겠다며 콘셉트 카와 시제품을 선보였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당시에는 일반에 시판할 수 있는 전기차를 가진 자동차 회사들이 드물었기 때문에 르노의 발표는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펀앤펀] 르노의 전기차 시대

하이브리드 카가 아닌 순수 전기차의 경우, 르노 스스로도 2020년의 글로벌 점유율이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등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하지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닛산 리프가 선구적인 대량생산 양산차로 첫발을 내디딘 가운데 르노 역시 착실하게 전기차 판매를 준비해왔다.

현재 르노는 당시의 약속을 잘 지켜가고 있다. 2011년에는 `플루언스 Z.E.`와 `캉구 Z.E.`를 시장에 내놓았고, 올해에는 `조이(ZOE)`와 `트위지(Twizy)`를 출시한다. 르노삼성 SM3의 르노 버전인 플루언스와 소형 상용차인 캉구는 기존에 일반 엔진을 얹어 판매하던 차를 전기차로 개량한 것이다. 하지만 조이와 트위지는 처음부터 전기자동차로 개발되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트위지는 이번 달부터, 조이는 가을부터 유럽 시판에 돌입한다.

르노 트위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경계에 서있는 모델이다. 3륜 스쿠터보다 조금 크고, 오토바이처럼 운전자와 동승자는 앞뒤로 앉는다. 하지만 바퀴가 네 개라 안정적이고, 지붕을 포함한 안전구조를 갖췄으며, 안전벨트와 에어백도 있다. 길이 2.34m, 폭 1.23m에 불과한 차체는 도심에서의 이동 시간과 주차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준다.

측면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어 독특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늘을 향해 앞으로 열리는 측면 도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아래쪽은 투명한 재질이다. 높이에 비해 차체 폭이 좁기 때문에 불안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경주용 차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운전 재미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공차중량은 450㎏에 불과하고 무게중심이 낮으며 조향 반응이 직접적이라고 한다.

트위지의 앞부분에 숨겨진 충전 케이블을 220볼트, 240볼트 외부전원에 연결하면 3시간 반 만에 완전 충전이 된다.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100㎞의 주행가능거리를 제공한다. 부분적인 충전에는 더 짧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내를 돌아다니기에는 충분하다는 것이 르노의 주장이다.

트위지의 전기 모터는 13㎾, 17마력의 힘을 낸다. 최고속도는 80㎞/h에 그치지만 즉각적인 토크와 부드럽고 조용한 가속이 장점이다. 판매 국가와 전기모터의 출력에 따라서는 면허 없이 운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트위지와 달리 조이는 일반적인 소형차의 형태이다.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현실적인 디자인을 채택했지만,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된 새 아키텍처를 숨기고 있다. 그 덕분에 기존 전기차들보다 저렴한 가격과 주행가능거리를 실현했다. 조이는 르노의 주행거리 최적화 시스템 `레인지 옵티마이저(Range Optimizer)`를 장착하여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210㎞에 달한다.

또한 `카멜레온 충전기(Chameleon Charger)로 충전 비용 절감과 충전 시간 단축의 효과를 얻었다. 충전시간은 외부 전원의 전력에 따라 30분에서 9시간까지 걸릴 수 있고, 충전 비용은 이전의 4분의 1수준이다. 전기모터는 65㎾, 88마력의 힘을 내고, 최고속도는 135㎞/h다. 프랑스 판매가격은 기본 모델이 1만5700유로(약 2310만원)이다.

르노는 전기차 확대와 재래식 엔진의 개선을 병행해 2013년까지 10%, 2016년까지 추가로 10%의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