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공학을 아우르는 `기술인문융합창작소`가 다음 주 출범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원장 김용근)은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연구개발(R&D)` 전략에 따른 후속조치로 기술인문융합창작소(이하 창작소)라는 외부 자문위원회 형태의 조직을 만들어 다음 주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창작소는 인문사회와 산업기술 분야 간 소통, 융합 및 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한 허브다. 개방융합형 지식과 전문인력 교류체계를 구축해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융합분야 정책연구와 전문가 양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유사한 시도는 대학이나 일부 기업에서도 있었지만 정부 정책을 기획하는 기관에서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책 입안과 수요자 사이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크게 교류, 교육, 정책이라는 세 가지 갈래 아래 구체화된 실행계획이 수립, 진행될 예정이다. KIAT는 기술과 인문적 소양을 함께 가진 인사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들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 CEO들에게 인문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규모는 작지만 전문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인문학적 소양을 투입해 창의적인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것.
나아가 이러한 교육과 연구의 결과물을 통해 기술인문 융합을 활성화하고 산업계의 목소리에 부응하는 정책을 만드는 게 KIAT의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한 예산은 25억원이다. KIAT는 당초 인문기술융합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별도 부설센터를 계획했지만 공공기관 선진화 법안에 막혀 새 조직 신설 대신 외부 전문가 중심의 운영체계로 형태가 바뀌게 됐다. KIAT 안에 전담 팀을 두고 창작소와 수시로 소통하는 형태다.
이 사업은 국내 산업계의 인문학적 소양 부족으로 나타난 부작용 해소를 위해 김용근 KIAT 원장이 고안한 아이디어다. 기술을 잘 팔려면 인문학을 덧씌워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 아이폰을 능가할 만큼 산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제품을 만들려면 단순히 기술에만 집착해서는 안 되고 아이폰에 녹아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우리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사람 냄새 나는 IT`. 비단 창작소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R&D정책 방향 역시 기술인문 융합으로 가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평소 지론이다. 이를 위해 인문학자를 R&D 과제 평가위원으로 정식 위촉하거나 실패확률이 큰 창의적인 R&D 과제에 가점을 주는 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 밖에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추진해 국민이 국가경제를 이끈 간판 산업기술의 역사와 가치를 한눈에 파악하며 이해도를 높이는 체험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김용근 원장은 “우리 R&D는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것이 인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애플형 R&D가 되려면 당장은 어렵더라도 꾸준히 이를 위한 시도와 관련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