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와 특허 전쟁 방어 논리로 내세운 `특허 소진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판결로 삼성은 애플에 판매금지 등 큰 타격은 입히지 못하고 손해배상 근거만 확보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14일(현지시각) 애플이 제기한 특허소진에 대해 부분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심리는 지난해 6월 30일 삼성이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표준 특허 소송 본 심리를 앞두고 진행됐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의 통신특허 침해 주장에 “삼성은 퀄컴과 통신칩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애플은 퀄컴 칩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삼성 특허는 이미 소진됐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헤이그 법원은 애플 특허소진론 일부를 인정했다. 법원은 퀄컴칩에 대해 특허 소진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텔칩은 삼성 특허가 소진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원은 프랜드 조항에 관해서도 애플 손을 들어줬다.
헤이그 법원은 `공정·합리·비차별(Fair·Reasonable·Non-Discriminatory)`인 프랜드 원칙에 따라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권자가 일방적으로 사용을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삼성보다 애플에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이번 판결은 애플이 주장한 특허 소진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5, 6월 열릴 미국 재판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정 변리사는 “아이폰4S 등 현재 애플 주력 제품은 대부분 퀄컴칩을 사용한다”며 “과거 제품에 들어간 인텔칩 특허 소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 애플에 주는 피해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판매금지로 애플에 타격을 주려던 삼성 공격 역시 프랜드조항 인정으로 실효성이 없다.
이에 삼성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향후 삼성 특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이번 네덜란드 법원 판결에 따라 앞으로도 애플에 특허소송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