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박항식 국립중앙과학관장

“살아있는 과학지식과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스마트 과학관을 만들겠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뒤따른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임 2개월을 갓 넘긴 박항식 국립중앙과학관장은 “남들보다 한발 앞선 미래형 과학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잘 읽어야한다”며 “직원들에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사람] 박항식 국립중앙과학관장

박 관장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과학기술계에 할당된 1급 자리 두 개 중 하나인 관장직을 꿰차고 대전으로 내려왔다. 역대로 과학관장들은 박학다식한 다변가적 특성이 있다. 정책 수립에 일가견이 있는 박 관장도 이에 해당한다. 질문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혼자 얘기를 잘 풀어간다.

“중앙과학관은 보고, 느끼고, 즐기는 국민 과학 활동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113만점이나 되는 과학관 소장 자료를 가지고만 있어서는 아무 소용없습니다. 밖으로 끌어낼 것입니다. 국민 곁으로 돌려놓겠습니다.”

박 관장 취임 이후 과학관은 우선 산업기술과 관련한 소장품부터 꺼내 놨다. 수장고에 고이 모셔뒀던 우리나라 최초 컴퓨터와 최초 컬러TV, 진공관 라디오, 초기 카메라 등을 특별전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10억원이 넘는 컴퓨터 초기모델도 있다. 다음 달에는 과학의 눈으로 본 독도 특별전도 마련한다.

“우리나라 과학관 정책은 분산형입니다. 일본의 미래관이나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처럼 특정 테마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 수가 없어요. 전시품이나 예산, 인력이 부족하니 어느 한 곳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박 관장이 발령 나자마자 공을 들인 기관은 한국연구재단이다. 재단의 예산과 대학 인력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과학관 3대 기능 중 교육과 연구 2대 기능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전시기능은 매년 100만명 이상이 과학관을 찾아오니 어느 정도 됐다고 판단했다.

최근 한국연구재단과 협력을 체결한 박 관장은 “국내 최초 개발품이나 특허, 대표적인 실패 사례 등 과학적으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사료를 대상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인증해주는 사업을 조만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관은 올해 과학 및 산업사료 100점을 발굴, 인증마크를 내줄 계획이다. 가인증 시스템도 도입해 10년 주기로 인증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인증 남발과 분실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청소년을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도 가동에 들어간다. 다음 달부터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이나 원로 과학자를 초청한다.

그는 “이름 있는 인물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틀에 박힌 학교 과학에 창의력을 불어 넣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