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국 흐름은 4월 총선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
12월 대선을 거쳐 새 정부 밑그림을 그리는데 있어 총선 결과는 결정적 키를 쥐고 있다.
과학기술계가 이번 총선을 겨냥해 자기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현 정부 관련 정책에 대한 불만과 개선 의지가 중첩돼 있다.
과기 인사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잘못 흘러온 과학기술 정책의 물줄기를 돌려놓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특히 이 같은 힘은 대선에도 영향을 미쳐 새 정부 과기정책 방향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에까지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이 추천한 58명 가운데, 여야 지역구에서 최종 공천권을 쥔 인사는 10명에 불과했다. 다른 이공계, 벤처, IT업계 출신 후보자들도 사실상 가산점 없이 힘겨운 경선을 뚫고 자력으로 공천을 따내기도 했다. 과학기술단체 추천인 중 공천 비율은 20%에 훨씬 못 미쳤지만, 후보자들의 끈기와 열정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사례가 적잖다.
대과연은 여야를 향해 “현실 정치 논리를 앞세워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과학기술공천을 포기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비례대표 공천도 장애인, 여성, 20·30대 대표에 할당된 것을 제외하면 과학기술계에 돌아올 몫이 줄어들거나 순번이 한참 뒤로 밀려버리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과학기술계는 지역구보다 전문 영역인 비례대표에 많은 전문가를 보내 바른 과학기술 의정을 펼칠 것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초라하다.
이제 과기계는 과기 출신 국회의원 한 명이 열 명의 몫으로 과학기술계를 위해 뛸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중소·벤처업계도 현 정부 후반 기업정책의 핵심이 중소기업 우선, 동반성장에 맞춰지면서 여야 공천에 기대를 많이 걸었지만 결과는 빈약했다.
지역구 공천에서 중소·벤처 전문가들은 사실상 완전히 배제되다시피 했다. 가까스로 전략공천 됐던 인사들도 불미스러운 일로 공천이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비례대표에도 안정권에 들어간 후보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한미숙 전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과 안상현 티켓몬스터 전략기획실장이 각각 여야에서 높은 순번을 받은 정도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뛰어온 다수의 추천자들은 여야 득표율에 따라 당락의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IT 출신 후보 공천비율도 극히 저조했다. IT정책 전문가들이 잇따라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데 이어 IT업계서 잔뼈가 굵어온 인사들도 경선에서 떨어지는 불운이 겹쳤다.
IT학회·업계에서 비례대표 후보 앞자리 공천을 의무화하도록 여야를 압박했으나, 정치권의 반응은 극히 미약했다. IT업계에선 현 정부의 IT 홀대 기조가 정치권에도 전이된 것 같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콘텐츠 분야에선 전·현 정부의 문화부 장차관들이 대거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문화콘텐츠 관련 고위 관료들이 정치 분야로 보폭을 넓히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여전히 문화콘텐츠업계를 대변하는 인물의 등장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
-
이진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