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현대위아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현대차전자(구 현대카네스)에 투입키로 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반도체 등 첨단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현대차전자에 총 1000억원을 출자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600억원, 기아차와 모비스가 각각 200억원을 투입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에 앞서 현대위아의 지분 10%인 257만3000주를 국내외 기관에 매각했다. 두 회사는 현대위아 지분매각으로 약 3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의 전장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핵심 전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 자회사인 현대카네스의 사명을 현대차전자로 변경하고 조직을 새로 꾸려 다음달 출범시킬 예정이다.
주력 분야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시스템반도체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맞춤형 로직(논리회로) 설계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직회로는 외부 입력에 따라 동작을 규정하는 반도체로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우선 현대차는 글로벌반도체 기업과 협력 체제를 갖춰 기술을 전수받을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설계한 기초 로직 부문과 글로벌기업들의 MCU를 합쳐 핵심 전장 모듈을 개발하는 형태다. 나아가서는 차량 전체를 제어하고 전장품 모듈 간 통신을 관장하는 전체 시스템설계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반도체 개발 능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 반도체설계회사(팹리스) 인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전자를 향후 1조원 규모의 전장품 전문업체를 키울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전자 조직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현대카네스 기존 인력을 모두 흡수한다. 여기에 보쉬와의 합작사인 케피코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에서도 인력을 투입한다. 초기 인력은 200~300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케피코가 맡았던 기술의 상당수가 현대차전자에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카네스는 설립 당시부터 현대차 R&D를 총괄하는 양웅철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으나, 올해 초 권문식 케피코 사장으로 수장을 교체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부터 핵심 전장 기술 개발을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업계에서도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며 “기존 협력기업들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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