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한국보다 한발 앞서 첨단 스마트기기 세계 최초 개발 행진에 나섰다.
기술력에서 한국에 뒤진다는 고정관념이 잇따라 깨지면서 `타이완 디스카운트`도 조금씩 사라지는 분위기다. 대만은 반도체·LCD 등 핵심부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중국을 통한 제조원가 경쟁력까지 갖춰 전자강국 일본보다 더욱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HTC는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이르면 내달 세계 최초로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도 HTC와 똑같은 엔비디아 쿼드코어칩을 탑재한 쿼드코어폰을 개발했으나, 최적화에서 HTC보다 2개월 가량 늦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미국가전박람회 `CES 2012`에서 세계 최초로 쿼드코어 스마트패드를 발표한 대만 아수스는 구글의 첫 번째 레퍼런스 스마트패드 개발 파트너로 떠올랐다. 해외 IT전문지 기가옴은 아수스가 구글 첫 넥서스 스마트패드 7인치 모델을 개발, 199달러 이하의 낮은 가격에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마트기기 핵심 부품에서도 친 대만 파워가 커지는 추세다.
대만 출신 CEO 젠슨황이 이끄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는 세계 최초로 쿼드코어 AP를 상용화했다. 최근에는 쿼드코어와 롱텀에벌루션(LTE) 통신칩을 묶은 패키지 개발을 위해 반도체업체 르네사스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내년으로 잡혀있는 퀄컴보다 한발 앞서 `쿼드코어+LTE` 칩 패키지를 올해 내놓을 계획이다.
HTC, 아수스 등 대만 제조사가 엔비디아의 도움으로 세계 최초 쿼드코어 스마트기기를 개발한 것을 감안하면 차세대 LTE 단말에서도 대만 기업간 시너지가 예상된다.
대만의 거침없는 세계 최초 도전에 한국 기업도 긴장하고 있다. 한국기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 최초 듀얼코어 스마트폰, 세계 최초 LTE 모뎀 등을 개발했다. 올 들어 대만에 잇따라 선수를 뺏기자 다시 세계 최초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최근 `쿼드코어 3G폰`에 뒤지더라도 `쿼드코어 LTE폰`은 앞선다는 차세대 선도 전략을 수립 중이다. AP와 LTE 통신칩을 하나로 묶은 `원칩 LTE폰`도 한국 휴대폰 3사가 세계 최초 상용화를 벼르고 있다.
신동형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대만 기업들이 최근 강세를 보이는 것은 실용주의에 입각한 상생 문화를 바탕으로 대만 부품-세트 기업간 협력 문화가 활발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아직 핵심 부품의 성능과 대규모 생산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에서 한국 기업에 뒤져 이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안드로이드폰 시장 1위로 승승장구하던 HTC가 지난해 하반기 애플과 삼성전자의 공세로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타이완 한계론`도 제기되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