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물류·유통업계에 `카풀` 바람

#물류기업 A사는 다른 물류업체 20여개사와 함께 광역 집하·수송·납품 공동화를 추진한다. 기존 소형·다빈도 차량운행을 대형화·저빈도 차량운행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다.

#중소 의약품 도매업체도 대한의약품물류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한다. 물류부담을 줄이고 대형 의약품 도매업체에 맞서 구매력과 가격협상력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속 산업계 `카풀` 바람이 불고 있다. 공동 수·배송, 공동 보관 등 물류비용 다이어트에 나선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유통·제조분야 화주기업과 물류기업 471개사를 대상으로 `공동 물류에 대한 인식과 애로점`을 조사한 결과, 공동물류가 필요하다는 기업이 50.6%로 절반을 넘었다.

공동 물류는 노동력, 수송수단, 보관설비, 정보시스템이나 도로 등 물류 활동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복수 파트너가 공유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의 카풀과 유사하다.

업종별로 물류기업(71.0%)이 제조(45.7%)·유통(36.1%) 화주기업보다 물류공동화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운송기업은 업종 특성상 연료비가 물류원가의 평균 40~50%를 차지해 최근 유가상승 압박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도 공동물류의 가장 큰 효과로 물류비 절감(63.0%)을 꼽았다.

공동물류 효과가 큰 분야는 수·배송(43.7%), 보관(41.7%), 유통가공(10.3%), 공동회수(4.3%) 등으로 조사됐다.

공동물류 시행 형태는 화주 주도 공동 수·배송, 보관 등 단순공동물류 수행이 72.0%로 가장 많았다. 물류기업 주도의 물류기업 간 화물정보·차량정보 공유(16.0%), 화주·물류기업 공동 주도 공동물류센터 투자·경영(12.0%) 등도 많았다. 시행업체의 물류비 절감효과는 평균 13.0%로 집계됐다.

공동물류 추진 방해 요인은 적절한 비용·수익 배분 어려움(45.7%), 공동시설 투자부담(34.7%), 파트너 찾기 어려움(30.7%) 등이 뒤를 이었다.

업체들은 공동물류사업을 확산하기 위해 공동물류시설 자금지원(61.3%), 세금감면, 규제완화 등 인센티브(46.0%), 시범사업화 및 매뉴얼 보급(42.0%), 공동물류 추진기업 알선(20.3%)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한상의 김경종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고유가 시대 공동물류 보급·확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라며 “정부의 관심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