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국내 스타 부품 기업 CEO를 배출하는 산실로 부상했다.
파트론·크루셜텍·멜파스·인터플렉스·일진디스플레이·에스맥 등 스마트폰 시장을 기회로 급성장한 업체들의 공통점은 삼성 출신 CEO가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억원대 매출에 불과했던 기업을 불과 5년 만에 2000억~3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들 삼성 출신 CEO들의 경영 노하우와 전략을 분석했다.
◇시장을 읽는 날카로운 `선구안`과 최적의 전략=이봉우 멜파스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전략 실무를 담당한 임원 출신이다. 삼성에서 소위 잘 나가는 임원이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스스로 사표를 내고 벤처계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학내 벤처에 불과했던 멜파스를 국내 대표 터치스크린패널(TSP) 업체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날카로운 사업 전략 덕분이었다. 휴대폰 입력장치가 키패드에서 터치스크린으로 전환될 것을 감지하고 멜파스 사업구조를 터치키에서 TSP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봉우 사장이 합세한 이후 멜파스 연매출은 5년 만에 1000배 이상 커졌다.
이봉우 사장은 “멜파스는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자체 생산 터치칩을 사용한다”면서 “글로벌 칩 업체와 경쟁하는 만큼 국가대표 TSP 업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및 관리의 귀재=김종구 파트론 사장은 삼성전기 부사장 출신으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을 성공시킨 일등 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삼성 내 여러 계열사를 거치면서 M&A 등 금융 실무뿐 아니라 연구소장·사업부장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김종구 사장은 국내 부품업계에서 드물게 M&A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주간사 없이 기업 밸류에이션을 판단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카메라모듈 업체 마이크로샤인을 인수해 경쟁사보다 앞서 베트남 공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곳이다. 관리능력도 탁월해 가격 경쟁이 치열한 저화소 카메라모듈·휴대폰 안테나가 주력 사업이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걷는 `개척자`=안건준 크루셜텍 사장은 삼성에서 표면실장 공정(SMT)을 처음 도입한 1세대 연구원 출신이다. 삼성에서 최고 등급 인재로 분류될 정도였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벤처기업 창업에 나섰다.
크루셜텍은 세계 최초로 광 입력장치 옵티컬트랙패드(OTP)를 상용화했다. 크루셜텍은 RIM 블랙베리 시리즈 덕분에 유명해졌지만, 이후 삼성전자·HTC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잇따라 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크루셜텍은 최근 TSP로 시장영역을 확장했다. 안건준 사장은 “기존 정전용량식과는 다른 매트릭스 스위칭(MS) TSP 기술을 확보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