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방시대 R&D허브를 찾아서]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재난분석과학연구단

북한이 핵폭탄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비교적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핵사찰용 휴대형 질량 분석기를 이용해 육불화우라늄(UF6) 생성 여부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KBSI 재난분석과학연구단 류종식 박사(왼쪽)와 한정희 박사가 멀티콜렉터를 이용해 환경 방사능 오염 여부를 분석하고 있다.
KBSI 재난분석과학연구단 류종식 박사(왼쪽)와 한정희 박사가 멀티콜렉터를 이용해 환경 방사능 오염 여부를 분석하고 있다.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고농축해야 한다. 북한은 플루토늄 핵개발이 동결상태이기 때문에 천연 우라늄을 질산에 녹인 뒤 열처리 과정을 거쳐 우라늄(U)에 불소(F) 원자가 6개인 UF6을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UF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회전시키면 질량에 따라 U-235와 U-238이 분리되는데, U-235를 3~5% 수준으로 농축하면 원전 연료, 90% 이상이면 핵폭탄 원료가 된다.

이 농축 과정에서 아무리 차폐를 완벽하게 하더라도 UF가 공기 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를 휴대폰만한 핵사찰용 휴대형 질량 분석기로 잡아내는 것이다.

이 질량 분석기는 2~3년 후면 우리나라도 보유하게 된다. 기술 개발을 맡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재난분석과학연구단(단장 이광식)이다.

재난분석과학연구단은 국가 차원의 환경재난 원인 분석과 예방, 해결을 위해 KBSI에서 일하던 연구원과 장비를 모아 최근 출범했다. 2년 전 천안함 때도 그랬고 우면산 산사태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재난 관련 기관들은 모두 우왕좌왕했다. 이같은 재난 원인을 과학적으로 정확히 분석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단에서는 기초과학지원연이 보유한 분석과학 장비를 기반으로 국가적 환경재난대응 분석시스템을 운영한다. 관련기관에 과학적 분석법을 제공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할 예정이다.

주력 분야는 방사성물질과 환경유해물질, 첨단 법과학 분석이다.

방사성물질 분석연구분야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생활주변에서 발생할지 모를 환경방사능이나 식품방사능에 대한 신속〃정확한 분석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첨단 분석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김현식 박사 연구팀은 실시간으로 핵개발 활동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휴대형 핵사찰 질량분석기 개발에 착수했다. 수소원자 10분의 1 크기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현재 방사능 물질 분석을 위해 연구단은 방사능 알파, 베타, 감사선 분석이 모두 가능한 저준위 및 자연상태 환경방사능 측정기 등 관련장비 10종을 보유하고 있다.

환경유해물질 분야에서는 신종 유해물질, 테러물질 등 각종 환경유해물질 분석 및 검출을 수행한다. 발효된 FTA와 관련해 수출입 식품의 유해물질 분석도 수행하게 된다. 구제역 등으로 인한 가축 매몰지 침출수 분석, 원유 유출에 대한 해양오염 분석 등 오염물질의 변화를 규명하고 환경적 영향을 예측하는 연구도 병행한다.

활용하는 장비는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성분분석에 쓰인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15테슬라 FT-ICR MS)를 비롯한 6종이 있다.

요즘 뜨고 있는 법의학 드라마 CSI와 같이 첨단 법과학 분석연구도 진행한다. 과학수사를 위한 미세증거물 표면분석과 동위원소 및 미량원소 화학지문 분석기술을 개발한다. 뇌질환성 범죄 판정기술, 거짓말 및 기억왜곡 탐지기술 등 뇌기능 분석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 분야에서는 오믹스 분석 장비를 이용한 과학수사 기술, 과학수사용 생화학 지표, 휴대형 현장감식 분석키트 개발 등 법생물학을 활용한 분석기술도 개발계획을 세워뒀다.

이 연구단은 법동위원소와 법생물 분야에서 미량 원소를 분석하거나 세포, 유전체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로 안정동위원소 질량 분석기와 유전체 분석기 등 총 8종의 장비를 운영 중이다.

이 연구단은 오는 2016년까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235억원을 받아 국가재난대응 분석체계 구축 및 운영 사업을 주도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2014년까지는 재난과학분석시스템 개발연구를 위한 기반구축을 완료한다. 한국판 CSI 기반을 구축한다고 보면 된다.

오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단계에서는 응용연구 적용기로 극미량 미세증거물 표면분석 기술 등이 개발 완료된다.

김현식 박사는 “재난과학 분석 기술을 확립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된다”며 “민간이 하기 어려운 국가 차원의 공공적인 분석 연구가 미션”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