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을 위해 의기투합했던 삼성SDI와 독일 보쉬 간에 난기류가 발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은 19일(현지 시각) 보쉬측 대변인 말을 빌려 양사 합작법인인 SB리모티브를 해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쉬측 대변인은 “삼성과 파트너로서 계속 협력해나가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합작회사의 해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신문에 따르면 삼성SDI는 합작사를 통해 소비 가전용 제품 개발까지 협력범위 확대를 원하고 있지만 보쉬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만 초점 맞추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삼성SDI에 21일 오후 12시까지 SB리모티브 해산 사유 발생설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삼성SDI는 조회공시에서 “삼성SDI와 보쉬는 발전적인 방향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삼성SDI와 보쉬와의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8월 보쉬가 바스프, 티쎈크루프와 함께 독일 튀링겐 주 아이제나흐에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 시험생산라인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보쉬는 올해 첫 시제품 양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연간 20만셀 이상의 2차 전지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증권가에서는 보쉬가 독자적으로 2차전지 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고 이후 양 사 간의 의견 충돌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가 서로의 기술을 철저히 함구하면서 합작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합작관계 청산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이재용 사장이 독일 뮌헨 BMW 본사를 방문해 라이트호퍼 회장 등 최고경영진과 전기차용 배터리 및 전장부품 비즈니스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보쉬와의 결별을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양 사 간의 합작 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합작범위가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으로 한정되면서 서로 원하는 분야로 합작관계를 더 확대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건일 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