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이면 우주강국의 꿈을 실은 세 번째 `나로호`가 발사된다. 우리 힘으로 쏘는 첫 번째 우주발사체인 만큼 국민 관심도 높다.
약 560여년 전 우리는 이웃나라를 놀라게 한 로켓기술이 있었다. 1448년(세종 30년) 제작된 병기 `신기전`이 바로 그것이다. 고려 말 최무선이 화약국에서 제조한 로켓형 화기 `주화`를 개량한 무기다. 신기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로켓병기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신기전 가운데 가장 큰 대신기전 개발자가 밝혀지면서 신기전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켓 신기전=조선의 로켓 신기전은 소·중·대신기전과 산화신기전 등 모두 4가지다. 소신기전은 길이 110㎝ 화살 앞부분에 약통이 붙어 있다. 하나의 소신기전 약통엔 20g 화약이 채워진다. 지면에서 60도로 발사하면 150m의 비행성능을 가진다.
중신기전은 약통 앞부분에 `소발화`라는 작은 폭탄이 달렸다. 화살대와 약통 길이는 각각 145㎝, 20㎝다. 목표지점으로 날아가 약통 앞부분에 달린 소발화가 폭발하도록 설계됐다. 중신기전은 소신기전보다 멀리 날아가고 작은 폭탄까지 달려 전투에 효과적인 무기였다.
대신기전은 길이 5.3m의 큰 대나무 앞부분에 길이 70㎝, 지름 10㎝의 대형 약통이 달렸다. 종이로 된 약통에는 최대 3㎏의 흑색화약을 채웠다. 약통 앞부분에는 길이 23㎝, 지름 7.5㎝의 대신기전 발화통이란 대형 폭탄이 달렸다. 이 폭탄은 목표물 도착 전후에 점화선에 의해 자동으로 폭발한다. 사정거리는 600~700m 정도다.
산화신기전은 `불을 흩뜨리는 신기전`으로 대신기전 약통의 윗부분을 비워놓고 그곳에 로켓 일종인 지화통을 소형 폭탄인 소발화통과 묶어 사용했다.
◇엄청난 위력=신기전 특징 중 하나는 앞부분에 발화통을 장치했다는 점이다. 로켓 앞부분에 폭탄을 장치해 발사했던 것은 신기전이 처음이다.
특히 대신기전은 세계 최대의 종이약통 로켓이다. 대신기전은 압록강과 두만강 중류지방에 있던 4군 6진에서 여진족의 침략을 막기 위해 주로 사용됐다.
신기전의 위력은 대단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적이 숨을 만한 곳에 신기전을 쏘면 겁에 질려 스스로 항복했다는 기록이 있다. 화차를 통해 중신기전 100발을 한 번에 발사해 사거리 250m를 날아가 소형폭탄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또 500~700m를 10여초 만에 날아가 여러 개의 소형폭탄이나 대형폭탄을 터뜨렸던 대신기전나 산화신기전의 파괴력도 당시로써는 상상을 초월하는 `첨단`무기였다.
◇대신기전 개발주역 박강=세계 최대의 종이약통 로켓화기 대신기전 연구개발 책임자는 당시 39세의 과학기술자였다.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조선왕조실록기록을 분석한 결과 `대신기전` 연구개발 책임자는 조선 세종 27년부터 군기감정을 지낸 과학기술자 박강(朴薑)이라고 주장했다. `군기감`은 화약 무기를 연구·개발·생산하던 곳으로 지금의 국방과학연구소와 비슷하다.
채 박사에 따르면 박강은 1445년 39세의 나이에 군기감정이 되어 2년 3개월 동안 업무를 수행하며 최무선 때부터 사용해오던 무기 `주화`를 개량했다. 박강은 폭탄을 부착하고 200m를 비행하는 `중주화`와 대형폭탄을 탑재해 500m 이상을 비행하는 로켓화기 `대주화` 등을 개발했다.
중·대주화는 여진족을 격퇴시키기 위해 평안도와 함길도의 4군 6진 지역에 모두 2만4930개가 배치된다. 그리고 이중 9000개는 평안도 현지에서 박강이 제조한다. `중주화`와 `대주화`는 1448년 6월 이름이 `중신기전`과 `대신기전` `산화신기전`으로 이름이 바뀐다.
채 박사는 “전통 로켓 신기전은 우리민족의 과학기술 재능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과학기술문화유산”이라며 “신기전 제작 전통을 이어가는 과학문화축제 개최, 신기전과 관련된 설계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록, 개발자 박강의 영정제작, 관련 유물 찾기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