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역사의 한국농어촌공사가 달라지고 있다. 산업화로 농어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농어촌공사 지원이 절실하다. 상황은 녹록치는 않다. 과거 체계로는 농어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혁신이 필요하다. 농어촌공사는 정보화를 무기로 혁신에 나선다. 농어촌공사 첫 전산직 출신 최고정보책임자(CIO)인 김홍근 정보화추진처장을 만났다.
농어촌공사는 작년에 중장기 정보화전략(ISP)을 수립했다. 중장기 정보화 비전은 `스마트워크` 실현이다. 기존 정보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과 프로세스 혁신으로 스마트한 업무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농어촌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처장은 “오는 2015년까지 총 600억원을 투입, 정보화 기반 혁신을 단행 할 것”이라며 “ISP 결과 기반으로 전략과 방향성을 갖고 계획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 정보화 사업 이외 IT기반 계측장치 구축 사업을 포함하면 사업 규모가 더 커진다.
올해 농어촌공사가 추진할 핵심 사업은 통합 수자원관리체계 구축이다. 향후 2015년까지 총 243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기존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 △농업기반시설관리시스템 △자동물관리시스템 △4대강종합시스템 등 4개 시스템을 통합한다. 김 처장은 “전국 수자원 중 45%에 해당하는 농업용수 관리를 통합해 물 부족 국가에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 관리 종합상황실도 구축해 지자체별로 분산 운영, 관리하는 각종 농업용수를 통합 관리한다.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도 구축한다. 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촌체험 포털인 `웰촌` 회원이 이미 25만명을 넘어선다. 농지은행에서 농지임대수탁사업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받는 회원들도 상당수 있다. 농어촌공사는 CRM시스템이 가동되면 많은 회원 서비스 이용 형태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운영 중인 뉴스레터나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제공한다. 기존 농지정보를 활용, 농림공간정보통합시스템도 구축한다. 국토지리정보원 항공사진 등을 적용해 다양한 3D 농지 공간정보 서비스를 마련한다. 사업종합정보관리시스템과 농어촌 지역자원관리시스템 구축 등도 올해 추진할 주요 과제다.
대규모 정보시스템 구축과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있다. 본사 이전에 따른 데이터센터 이전 준비다. 오는 2014년 9월 나주로 본사를 이전한다. 의왕시 본사에 있는 데이터센터도 나주로 이전한다. 김 처장은 “내년 초 데이터센터 이전을 위한 컨설팅을 실시할 방침”이라며 “이후 하반기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보시스템 이전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이전을 위해 143억원 예산을 책정했다. 이전 시점에 내용연수가 지난 하드웨어 교체 비용도 포함했다.
재해복구(DR)센터 구축에 대해서는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김 처장은 “외부 IDC를 벤치마킹 한 후 아웃소싱을 진행할 지, 지역 본부 중 한곳을 선택해 DR센터를 구축할 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DR센터에 대한 최종 결정은 컨설팅이 완료되는 시점에 이뤄진다.
김 처장은 농어촌공사 정보화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다. 정보화는 무조건 고객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화추진처 사무실 입구에는 김 처장 지시로 `사랑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보화추진처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고객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09년 가동한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꼽는다. ERP 구축 당시부터 현업을 적극 참여토록 유도, 사용자 요구를 최대한 반영했다. 김 처장은 “그렇다고 해서 현업에게 주도권을 넘겨 준 것은 아니다”며 “IT조직이 스스로 현업 사용자 요구를 파악해 보다 개선된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RP시스템 운영 인력 70% 이상이 내부 인력이다. 인사·급여 모듈은 100% 자체인력이다. ERP 운영을 위해 내부 인력 대상으로 SAP ERP 모듈과 관련 개발언어인 아밥(ABAP) 교육도 실시했다. ERP 업무 멘토·멘토링, 역 멘토링 등을 통한 업무 공유도 한다. 변화관리도 꾸준히 실시한다. 2009년 가동 시점부터 시작된 변화관리는 올해 업무 프로세스 별 관련 핵심과정을 신설해 진행하고 있다. 현업 부서에 직접 찾아가 원스톱 업무처리를 지원하고 발굴하는 ERP서포터즈 제도도 운영한다. 김 처장은 “ERP시스템 가동으로 10개 업무 310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구매 등 각종 오프라인 업무를 온라인화 했다”며 “연간 104억8300만원 절감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1982년 토목전산직으로 입사해 30년 가까이 정보화 부서에서 근무한 IT전문가다. ERP 구축 당시 담당 팀장을 맡았다. 그는 후배를 위해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김 처장은 “정보화 부서에서 근무하는 후배들에게 열심히 하면 반드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그러나 정보화 부서 직원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IT만 알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현업 업무와 경영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시스템을 하나 구축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처장 지론이다. 우리나라 SW산업 발전을 위해 제 값 주기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김홍근 한국농어촌공사 정보화추진처장은 1957년 생으로 진주산업대학교 농토목학과를 졸업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에 편입해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민대학교 비즈니스 IT전문대학원 경영정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2년 농어촌공사에 입사해 정보관리실 사업정보팀장, 농어촌종합정보센터장, ERP구축팀장, IT총괄팀장, 웰촌마케팅팀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