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여론몰이

선거철이다. 여론몰이의 계절이다. 여론 십자포화를 맞은 유력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지난 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사퇴는 하이라이트다. 경쟁자가 상대의 허점을 폭로하고, 언론이 떠들면 십중팔구 먹혀든다. 가장 휘발성이 강한 도덕성을 걸고 넘어지면 백전백승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선거판에서 여론몰이는 가장 좋은 전략이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나 고 노무현 대통령도 선거 때마다 `색깔론`이나 `지역감정`에 호소한 여론몰이에 번번이 좌절했다.

문제는 여론몰이는 선거판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선동에 정책이나 인물 됨됨이와 같은 본질적인 판단은 묻혀 버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에 휴대폰 가격 부풀리기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이중규제 논란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비슷한 사안으로 지난해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행정소송까지 불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이 문제는 최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쟁점이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공정위 조사과정에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가 공개되면서부터다. 삼성의 도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기업 모두 입이 열 개라도 말을 못하는 처지가 됐다. 할 말 많지만 울분을 삼키고 선거판에서 쓸쓸히 퇴장하는 정치인과 비슷한 신세다. 가뜩이나 선거철을 맞아 표를 의식한 `대기업 때리기`가 횡행한 마당이다.

돌발 변수로 사건의 본질이 묻히는 것은 우리 정치나 경제에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공정위 조치에 반박한 내용 가운데 일리 있는 내용도 많다. 이중규제 문제를 차지하더라도 소비자 가격에 마케팅 비용이 포함된다는 설명은 진위를 가려볼 만하다.

이 조사가 해외보다 한국 기업을 겨냥한 것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있다. 정부 정책 집행은 그것이 바르던 그르던 선례로 남는다.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정치든 경제든 지금은 흥분된 여론보다 이성을 되찾을 때다.

장지영 모바일정보기기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