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新GPU ‘걸림돌은 인텔 CPU?’

AMD 레이디언HD의 공세에 밀리던 엔비디아(www.nvidia.com)가 개발명 ‘케플러’로 알려져 있던 새 GPU, 지포스 GTX680을 들고 나타났다. 지난 2010년 엔비디아가 ‘GPGPU’와 쿠다를 선보이면서 들고 나온 ‘페르미’의 내부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 엔비디아 새 GPU ‘GTX680’을 탑재한 샘플 그래픽카드.
▲ 엔비디아 새 GPU ‘GTX680’을 탑재한 샘플 그래픽카드.

제품 출시 전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GTX680은 그동안 GPU에서 처리해야 했던 일을 CPU로 분산시켜 소모 전력을 최대 195W 수준까지 줄였다. 정해진 작동 범위 안에서 자동으로 클록을 조절해서 그래픽 성능을 높이는 기능도 담았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와트당 성능이 기존 ‘페르미’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인텔 코어 i5-2500K, 샌디브리지 i5-2500K, 메모리 8GB, Z68 메인보드, 128GB SSD 상에서 AMD 레이디언HD 7970과 GTX680 탑재 샘플로 실시한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성능차이는 명확하다. 3D 성능을 측정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3D마크11에서 GTX680이 자사 전세대 GPU인 GTX580은 물론 레이디언HD 7970보다 15% 가량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

■ 성능 높아진 인텔 아이비브리지

하지만 이렇게 새로 등장한 엔비디아 새 GPU가 의외로 인텔 아이비브리지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작 ‘샌디브리지’보다 내장 그래픽칩셋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 인텔 아이비브리지 프로세서만으로 디아블로3를 무난히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인텔 아이비브리지 프로세서만으로 디아블로3를 무난히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GPU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몇몇 기능이 CPU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2년 전 엔비디아가 ‘GPU의 CPU화’를 내세우며 들고 나왔던 동영상 변환 가속 기능도 이미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에 ‘퀵싱크 비디오’라는 이름으로 내장된지 오래다. ‘다음 팟인코더’ 등 이를 지원하는 재인코딩 프로그램을 쓰면 스마트폰·태블릿에서 볼 수 있는 각종 동영상을 짧은 시간 안에 변환할 수 있다.

▲ 아이비브리지 그래픽기능이 더 강화될 예정이다.
▲ 아이비브리지 그래픽기능이 더 강화될 예정이다.

샌디브리지 울트라북에 새 GPU를 얹은 제품도 출시되었지만 노트북용 GPU 전망도 불투명하다. 애플 맥북에어만 해도 2010년 하반기까지는 인텔 CPU와 엔비디아 GPU를 탑재했지만 2011년부터는 CPU 내장 그래픽칩셋을 쓰고 있다. 이런 추세는 올해 출시될 새 맥북에어에서도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지난 3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회의(GDC)를 참관하고 온 한 매체 관계자는 “인텔 전시 부스에서 ‘디아블로3’가 실행되는 노트북을 볼 수 있었는데 그래픽카드 없이 아이비브리지 내장 그래픽 칩셋만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제원은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그래픽 품질은 크게 나쁘지 않아 보였다”고 전했다. 물론 따로 그래픽카드를 끼운 것보다는 화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게임을 즐기는 데는 무리 없어 보이는 수준이었다는 것.

■ TSMC 생산 부진? “유사시에도 문제 없을 것”

문제는 또 있다. 엔비디아와 AMD 뿐만 아니라 퀄컴 등 주요 업체들은 현재 반도체를 자사 생산 시설이 아닌 글로벌파운더리, TSMC 등 여러 회사에 위탁해 생산한다. AMD는 글로벌파운더리에 CPU·GPU 생산을 맡기고 있고 엔비디아는 대만 TSMC에 GPU 생산을 맡긴다. 인텔은 미국 등에 있는 자사 생산 시설에서 반도체를 생산중이다.

▲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TSMC의 28nm 생산 공정.
▲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TSMC의 28nm 생산 공정.

그런데 지난 2월 말부터 외신을 통해 TSMC의 28nm(나노미터) 반도체 생산 공정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이 연이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28나노미터 공정은 엔비디아 ‘케플러’ 뿐만 아니라 퀄컴 스냅드래곤 등 다른 업체도 함께 이용하고 있어 이 때문에 엔비디아 GPU의 초기 양산이 늦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엔비디아는 지난 2010년 TSMC의 40nm 공정을 이용해 GTX 400 시리즈 GPU를 생산했는데 당시에도 40nm 공정의 수율이 신통치 않아 결국 한 세대 뒤떨어진 55nm 공정으로 GPU를 생산해야 했던 과거를 안고 있다. 2011년 생산된 GTX 500 시리즈에 들어와서야 40nm 공정에서 생산이 가능했을 정도다.

▲ 엔비디아 GPU가 삼성 시설에서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삼성전자 오스틴 생산시설).
▲ 엔비디아 GPU가 삼성 시설에서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삼성전자 오스틴 생산시설).

이에 대해 엔비디아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TSMC가 수주한 물량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엔비디아와 퀄컴이다. 그만큼 큰 발언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유사시에도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SN(www.brightsideofnews.com)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생산시설에 GPU 생산을 맡길 가능성도 있다.

한편 PC업계, 특히 하드디스크 수급 때문에 겨울방학 대목도 놓쳤던 용산전자상가는 내심 반기는 눈치다. 오는 5월 15일 대작게임 ‘디아블로3’ 전 세계 출시가 확정된 데다 4월 말에서 5월 사이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인텔 새 프로세서 ‘아이비브리지’가 맞물리면 여름방학 사이의 공백기 동안 업그레이드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