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21년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거의 모든 일을 원하는대로 하였지만 늙고 죽는 일만큼은 뜻대로 하지 못했다. 불로장생을 염원한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해 오도록 지시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불로초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불로초 대신 피부조직에 탄력을 주는 `수은`에 의존하게 된 진시황의 잘못된 생명연장의 꿈은 `수은중독`이라는 비참한 말로로 끝을 맺었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의학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암이라고 하면 `불치병`으로 인식했지만 현재는 상당부분 완치가 가능할 정도다. 이같은 의학의 발달은 생물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특히 생물체의 최소단위인 세포를 통해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세포생물학은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세포역동성 연구기관 `국내 유일`= 광주과학기술원 세포다이나믹스연구센터(센터장 전장수)는 세포인식을 비롯해 세포부착, 발달, 형태유지 등 생명체 활동에 관련된 생체분야의 역동성을 밝히는 생물학연구센터다.
센터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정한 선도연구센터로 지난 2007년 광주과학기술원에 문을 열었다. 센터는 국제수준의 창의적인 연구활동과 인재양성을 위해 매년 10억원씩 9년간 최대 100억원의 연구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현재 세포생물학, 영상소재 및 기술개발 전문가로 구성된 9명의 연구책임자와 참여연구진 80여명이 활발한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연구되는 결과물은 생명현상의 이해 뿐 아니라 여러 질병을 제어하는 핵심기술로 의약품은 물론 불치병 치료 신약 개발에 도움을 주며 세포 이동성 분자들의 기초작용을 밝히고 세포 기능제어를 통한 치료시스템 구축에 활용된다.
◇매년 20건 이상 논문발표 주목= 센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세포생물학 연구에 있어서 국내 선두그룹에 속하는 연구자 80여명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 관련연구에 나선 이후 연구진들은 굵직굵직한 논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3월말 현재 센터는 102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관련 특허도 36건이나 출원·등록을 마쳤다. 매년 20건 이상 논문을 발표하고 7건 이상 특허를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센터는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의 1단계 연구평가에서 최우수평가를 얻었다. 평가결과 센터가 발표한 논문의 피인용지수가 네이처 등 국제적 수준의 학술지에 다수 게재됐고, 과제 평가체계도입 및 경쟁적인 연구팀 관리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성과로는 간암의 생성, 전이 등 주요 원인 단백질로 확인된 `TM4SF5`를 발견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천연물 유래신약 후보 물질 `TSAHC` 개발을 들 수 있다.
이 논문은 간 연구 분야 권위지인 `헤파토로지`와 `크린 인베스트 블루드`에 게재돼 주목을 끌었다. 쥐 실험을 통해 몸속 `면역 조절 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T세포의 기능조절 단백질 발견도 주요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 원인 세계 첫 규명= 센터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풀리지 않는 미제였던 퇴행성 관절염의 근본 발병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전장수 교수팀은 지난 2010년 히프투알파(HIF-2α) 유전자가 연골세포에서 연골퇴행을 유발하는 다양한 인자들의 활성을 조절해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기초 의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에 주요 논문으로 게재돼 화제를 모았다.
65세 노인인구 10명 가운데 8명이 앓는 대표적인 질환인 퇴행성 관절염의 근본 발병원인과 치료법을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연구해 왔으나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했었다. 전장수 교수팀은 `HIF-2α`라는 인자가 사람이나 동물의 퇴행 연골에서 지나치게 발현되면 △엠엠피(MMP) △아담티에스(ADAMTS) △염증 유발 단백질을 활성화해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키는 요인을 분석했다. 퇴행성관절염의 예방과 근본적인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장수 소장은 “생체 분자 및 세포의 다이나믹한 생명현상에 대한 다양한 학제간 연구는 센터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며 “질병 치료를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이 한단계 높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