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이 휴대폰 유통 사업 확대에 나섰다. 오는 5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을 앞둔 포석이다. 휴대폰 제조사에 이어 할인점까지 가세하면서 휴대폰 유통시장 지각변동이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27일 “MVNO를 신사업 프로젝트로 추진하면서 휴대폰 유통 사업에 직접 진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이외에도 전국 128개 매장에서 KT향 휴대폰을 직접 유통하고 LG유플러스 제품도 60여개 매장에서 직접 유통 중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해 잠실점 디지털파크에 휴대폰 매장을 확대 개설한데 이어 최근에는 김포공항점에도 대규모 휴대폰 매장을 열었다. 가전전문매장인 디지털파크에 661㎡(200평) 남짓한 규모로 마련된 휴대폰 매장은 전시공간과 휴대폰 개통을 위한 통신 3사 사무실로 꾸며졌다. 전시공간에는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제조사 브랜드별 전시공간이 마련돼 마치 `휴대폰 하이마트`를 방불케 한다.
롯데마트 김포공항점 관계자는 “그간 매장 통로에 간이 판매대를 설치하고 이벤트 형식으로 판매하던 방식과 달리 정식 매장을 마련한 것”이라며 “현재 통신 3사가 숍인숍 형태로 개통 사무실을 차리면서 시중에 판매되는 웬만한 휴대폰을 모두 비교해보고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에 앞서 지난해 말 MVNO사업자 프리텔레콤과 손잡고 `반값 휴대폰`을 1000대 한정 판매했다.
할인점이 직접 유통에 뛰어들고 대규모 매장을 별도로 마련하면서 기존 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 고객 이탈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현재 통신사 대리점을 숍인숍으로 유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할인점이 직접 유통 사업에 나서는 사례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현재 롯데마트 가전전문매장인 디지털파크는 제조사나 제조사 대리점에서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라며 “블랙리스트가 도입되면 제조사 자체 유통은 물론이고 할인점 직접 판매 움직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할인점이 현재 입점료를 받는 사업에서 벗어나 MVNO 사업자 등과 손잡고 직접 유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할인점 한 관계자는 “아직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에 따른 세부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직접 유통 등 여러 가지 계획을 검토 중이나 확정짓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외국계 휴대폰 브랜드가 대형 할인점 휴대폰 유통망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웅진코웨이는 내달 방문판매 인력을 활용한 휴대폰 판매 사업을 시작하고 팬택은 휴대폰 유통 자회사를 설립한다. 온라인 쇼핑몰도 `반값 스마트폰` 판매 등을 검토 중이다.
여러 유통 채널이 앞 다퉈 휴대폰을 킬러 카테고리로 내세우면서 휴대폰 유통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김용주기자 kyj@etnews.com